독일은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이뤄왔습니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래 사회가 과학과 기술력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독일 학생들은 이공계 진학에 점점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취업시장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력이 필요한 공학 분야는 많은 해외인력의 유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 직군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1. 단순히 이공계열 공부가 힘들어서? No!
김나지움으로 진학하는 학생 중 상당수가 이공계열 진학을 꺼리고 있습니다. 특히 성별에 따라서 남자는 이공계열을 전공하고 여자는 언어나 법과 같은 문과 계열 전공을 선호하는 것은 독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오래된 현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같은 연령의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언어적 사고와 능력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더 잘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선택해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만으로 이공계 선호도가 갈리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부모가 이민 배경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미래를 선택하는 경향도 달라집니다.
양쪽 부모가 모두 독일인인 경우, 이공계 학문에 대한 경쟁력이 가장 떨어집니다. 이와는 반대로 부모가 모두 이민 배경을 가졌을 때는 경쟁력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이공계 학문에 대한 경쟁력은 김나지움 저학년에서부터 고학년까지 그 경향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대학 진학 후에도 줄어드는 이공계 전공자
대학 입학 할 때 MINT(Mathematik, Informatik, Naturwissenschaft und Technik / 수학, 인포마틱, 자연과학 그리고 기술)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은 평균 37%로 법학, 경제학, 사회과학 분야 다음으로 많은 신입생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공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 중 약 절반은 학과를 바꾸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있습니다. 독일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학문의 난이도가 높아서라기 보다는 학생들의 수학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어렵게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에서 MINT 학과 과정에는 입학 제한(NC)이 없고, 고등교육과정 동안 이공계 학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음에도 대학에서 쉽게 MINT 계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중도 포기자가 많은 이유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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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아이가 이과 계열 과목에 더 흥미를 느낀다면 MINT Schule
독일에 사는 한국 아이들은 독일 아이들보다 수학같이 숫자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비교해 같은 학년의 독일 수학이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이가 부족한 독일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과목이라서 나타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 덕분에 오히려 수학과 과학에 더 친숙해져서 이공계 쪽으로 진학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김나지움을 선택할 때 한가지 고려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MINT(수학, 인포마틱, 자연과학, 테크닉) 교육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학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김나지움을 MINT EC Schule, MINT Schule, 혹은 MINT freundliche Schule(이하 MINT학교로 통칭) 라고 부릅니다.
MINT 학교는 수학, 물리 및 화학과 같이 이과 계열 과목을 보다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MINT Schule, MINT freundliche Schule 라는 타이틀은 일종의 교육 인증 개념에 가깝습니다. 인증업무는 MINT-EC라는 비영리 협회가 주관하며, 이 협회는 2000년 독일 고용주 연합회(Bundesvereinigung der Deutschen Arbeitgeberverbände, BDA)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2009년에 독일 문화교육부 장관회의 산하로 편입되어있습니다. 모든 김나지움은 MINT Schule 인증에 지원할 수 있고, 아래와 같은 일정 기준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 수학, 인포마틱, 과학, 기술(Mathematik, Informatik, Naturwissenschaft und Technik) 과목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과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심화 과정 유무
- MINT 관련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혹은 인턴십 프로그램 제공 여부
- 국내 외 다양한 올림피아드 대회 참가 기회 제공 여부
- MINT 과목에 대한 지속적인 교사 교육
- 대학, 연구기관, 기업과의 지속적인 연락과 협력 여부
MINT EC Schule(혹은 MINT Schule)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나지움은 이과 계열 학문을 좀 더 깊숙히 배울 수 있는 검증된 학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MINT freundliche Schule 라는 학교도 역시 MINT 교육에 중점을 둔 학교지만, MINT EC Schule나 MINT Schule보다는 기준이 조금 떨어지는 학교를 말합니다. 관심 있는 김나지움 홈페이지에 아래 로고가 있다면 MINT 과목에 대해 검증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4. 도시별 MINT Schule
MINT EC Schule로 정식으로 인증된 학교는 독일 전역에 약 339개 학교가 있습니다. 대도시별로 MINT Schule로 인정받은 학교는 아래와 같으며, 보다 아래에 해당하지 않은 도시의 학교목록은 MINT EC 협회에 접속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 베를린 (8개소)
Andreas-Gymnasium, Archenhold-Gymnasium, Barnim-Gymnasium, Heinrich-Hertz-Gymnasium, Käthe-Kollwitz-Gymnasium Berlin, Lise-Meitner-Schule, Primo-Levi-Gymnasium, Romain-Rolland-Gymnasium
B. 뮌헨 (4개소)
Maria-Theresia-Gymnasium, Rupprecht-Gymnasium, Städtisches Thomas-Mann-Gymnasium München
C. 슈투트가르트 (3개소)
Eschbach-Gymnasium, Friedrich-Eugens-Gymnasium Stuttgart, Königin-Olga-Stift-Gymnasium
D. 함부르크 (3개소)
Friedrich-Ebert-Gymnasium, Hansa-Gymnasium, Luisen-Gymnasium-Bergedorf
E. 프랑크푸르트 및 근교 (10개소)
Albert-Einstein-Schule, Albert-Schweitzer-Schule, Elisabethenschule, Gutenbergschule, Heinrich-von-Kleist-Schule, Leibnizschule Wiesbaden, Martin-Niemöller-Schule, Otto-Hahn-Schule, Schule am Ried, Wöhlerschule
MINT 전공을 선택한 독일 대학 신입생 중 절반이 이과 계열의 지식 부족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 주요 원인인 만큼, 향후 이공계열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MINT 학교로 진학하여 일찍이 이과 계열 과목과 친해지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MINT학교가 아닌 일반 김나지움에서 질 떨어지는 교육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교육의 질은 학교의 노력과 수업 분위기, 담당 선생님에 의해 많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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