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화려한 놀이터에 가더라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아쉽겠지만 아이는 부모가 허용하는 범위만큼만 놀 수가 있다.
아이가 즐겁고 신나게 놀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아이가 물과 놀다가 옷이 젖어도 괜찮나요?
아이가 모래를 입에 넣어도 놀라지 않겠어요?
아이가 매달리기를 하다가 떨어져서 팔이 부러질 수 도 있는데 시도해 보게 두겠어요?
아이가 모래 바닥에 누워도 그냥 둘 수 있겠어요?
놀이터에 여러 가지 시설이 있는데 유독 한 가지만 1시간째 놀아도 뭐라 하지 않겠어요?
비록 내가 헌신적인 엄마가 아니여서인지 몰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히피족들이나 자연인들처럼 까지는 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 내가 노력하는 것은 작은 부분에 있다.
노는 곳에서는 나도 신발이나 양말을 벗고 똑같이 맨발로 있는다. 그래야 아이도 편하게 느낄 거라는 생각.
흙탕물 밟는 기분이 좋았는지 같이 하자고 하면, 한다. 뭔가 공유하고 싶어 할 때, 그것은 감정의 공유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
멀리서 지켜보되, 제어되지 않는 위험이 보이면 간섭을 한다.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뭔가 몰래 하고 싶어 할 때는 못 본 척 하기도 해 준다.
4살 때까지 팔이 자주 빠진 편이라 6살 때 철봉 매달리기를 하는데 조마조마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놀고 있는 걸 지켜보다가 '가봐야 할까' 하고 발이 움찔움찔할 때가 있다.. 그걸 5번만 참고 기다린다.
아이들은 지난달 보다 더 자랐고, 다음 달에는 더 자라 있을 것이며 점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부모의 허용하는 마음 또한 점점 더 넓혀야 합니다.
유아기 때에 하던 말들 (일명 금지어),
"안돼" "먹지 마, 퉤퉤!" "너는 아직 못해" "지금은 하면 안 돼" "더 커서 해야지" 등등.
이런 말들을 아동기, 청소년기 때에 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아이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제일 먼저, 부모의 허용하는 마음이다.
사실, 나도 다른 부모들과 다르지 않게 깔끔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
나까지 흙탕물에, 모래 잔뜩에… 이런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 아이는 더럽게 놀았으면 좋겠고,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왔을 때나 밖에서 놀다 왔을 때 옷이 지저분하고 양말이 구멍 나고 얼굴과 손발이 더러우면 ” 잘~ 놀고 왔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깔끔을 떨면 아이도 그렇게 되는 게 당연지사 일 것을…
아이가 더럽게 노는걸 차마 볼 수 없거나 화가 난다거나 하는 사람은, 아이의 몸을 보지 말고 눈과 표정을 보면 된다. 얼마나 재미있어하고 있는지, 행복한 순간인지!
부모한테는 그걸로 된 거 아닌가? 빨래 한 번 더 하고, 목욕 한 번 더 씻기면 되지. 그 표정을 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이다.
Tip
놀이터에서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야 하는 이유
-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계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 위험하면 부모가 받아주겠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조절하고 조심하고 도전하지 않는다.
-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게 되고, 오히려 위험에 더 노출되고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독일과 한국의 놀이터 모습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부모의 자리이다.
놀이터 안에는 부모들 반, 아이들 반으로 꽉 차있다. 어른의 큰 덩치는 당연히 다른 아이의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진행 방향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큰 소리로 응원하거나 꾸짖는 소리는 보너스로 같이 달려있다.
부디, 벤치에 앉아서 편하게 아이를 지켜보고, 여유를 가지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그러면 아이도 편안하게 놀 것이다.
부모를 계속 찾는다? 그것은 단지, 지금껏 계속 그래 왔기 때문이다.
사실은 자유놀이가 편하고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도 곧 알게 될 것이다.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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