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을 더 선호하는 독일의 대형마트에서도 이제 셀프계산대를 흔히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계산하여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는 계산대에서 직원과 여유롭게 대화를 하며 물건을 계산할 수 있는 일명 ‘수다계산대(Ratschkasse)’가 도입되었습니다. 계산만으로도 바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대화까지 이어져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수다계산대는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이러한 계산대를 도입하게 되었을까요? 그 흥미로운 사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바이에른 주 메밍엔의 에데카에 수다계산대 도입, 4월부터 7월까지, 하루 2시간만 운영
얼마 전 바이에른주 메밍엔(Memmingen)에 독일 대형 마켓 체인 에데카가 Ratschkasse라고 하는 수다계산대가 설치되었습니다. 이 계산대에서는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점원과 일상생활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의 수다계산대 운영 기간은 4월부터 7월까지이며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됩니다.
정신 및 육체적 질병 일으키는 외로움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수다계산대 도입
Ratschkasse 도입을 기념하고 직접 체험하기 위해 에데카를 찾은 바이에른주 보건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재고하기 위해 수다계산대를 만들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EU의 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이전 12%에서 25%로 급증했습니다. 또한 외로움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 외에도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및 치매와 같은 신체적인 질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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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네덜란드에서 처음 도입된 수다계산대, 스위스와 프랑스에서도 운영 중
유럽 국가 중 이러한 수다계산대를 도입한 나라는 독일이 처음이 아닙니다. 네덜란드의 마켓 체인 Jumbo는 2019년 Kletskassa라는 이름으로 수다계산대를 도입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130만 명의 75세 이상 노인 중 33%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되어 외로움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 줄 참신한 방법으로 수다계산대를 고안했으며 기대 이상의 호응으로 전국에 200개의 수다계산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위스 바젤에서는 2022년 건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다 계산대를 슈퍼마켓과 약국에 도입했으며 프랑스도 일부 마켓에서 수다계산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로움에 대항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여러 유럽 국가에서 수다계산대라는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 어떻게 보면 엉뚱하고 재밌는 발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쁘고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편리함만 추구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작은 여유를 찾는 것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작성: s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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