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4일은 튀르키예 총선이 열리는 날입니다. 독일과 튀르키예는 전혀 다른 나라지만, 독일은 튀르키예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나라인데요. 그 이유는 바로 독일에 사는 튀르키예 이민 배경을 가진 거주자가 약 280만명에 달하고, 그중 약 50% 정도가 여전히 튀르키예 시민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총 4만 7천 명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튀르키예 사람이 독일에 살고 있는지 가늠이 될 것입니다. 그럼 독일에 사는 튀르키예 사람은 어떤 후보자를 지지하고 있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독일인 다음으로 우리 주변에 많은 튀르키예 이웃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독일은 튀르키예의 또 다른 지역구?
투표권을 가진 튀르키예 사람들이 독일에 많이 살다 보니, 튀르키예 선거를 앞두고 튀르키예 정치인들이 독일로 넘어와서 선거운동이 펼쳐 정치적 충돌이 벌어지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튀르키예를 포함한 외국의 국가 선거 3개월 전에 독일 내 선거운동이 허용되지 않아서 이러한 충돌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재외국민 선거를 선거일보다 일찍 하는 것처럼 오는 5월 14일 튀르키예 총선 전에 투표권을 가진 독일 거주 튀르키예인은 5월 9일까지 전국 16개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쳐야 합니다.
2. 독일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의 민심은 항상 에르도안 대통령?
지난 2018년 튀르키예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구의 약 53%에게 지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독일 내 튀르키예인의 민심도 약 65%에 달하면서 에르도안을 강하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다른 외국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의 민심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미국과 영국, 이란, 카타르 등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의 에르도안 지지율은 각각 17%, 21%, 35%, 29%에 머물렀습니다. 독일에서 유독 높은 에르도안의 지지율은 독일 내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왜냐하면 튀르키예계 독일인들은 독일선거에서 보수당인 CDU가 아닌, 녹색당이나 SPD에 투표하는 반면, 튀르키예 선거에서는 보수색이 짙은 에르도안을 선택하는 것이 모순적인 행동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국을 떠나더라도 투표는 본인의 가치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정당에 투표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현상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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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르도안이 독일계 튀르키예인에 꾸준히 지지받는 3가지 이유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독일계 튀르키예인의 무조건적인 에르도안 지지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은 튀르키예 이민자 2세, 그리고 3세에게도 일종의 세뇌로 받아들여져 튀르키예 대통령은 무조건 에르도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에르도안은 독일계 튀르키예인에게 꾸준히 지지받고 있는걸까요? 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기 집권 체제를 이어 나가고, 심지어 독재자라고 불리기까지 하는데 독일 내 그의 지지 세력은 유지되고 있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그의 성장 배경입니다. 에르도안은 지금 튀르키예 내에서 가장 큰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가난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일하는 그의 모습은 돈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그는 AKP 당에 소속되어 20년간 장기 집권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정치적 지도자는 때로 대중에게 당연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이 튀르키예인에게 에르도안은 국가 성장을 위해 가장 많이 일을 한사람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그가 집권하면서 만들어 낸 튀르키예산 자동차나 대형 현수교를 만드는 건설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에르도안은 특히 독일에 사는 튀르키예인을 위해 영사업무를 강화하면서 튀르키예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정치적 배경이 독일 내 튀르키예인과 끈끈하게 묶여있다는 사실입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로 이주한 튀르키예인들은 보수성향이 짙은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 보수를 이끄는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독일 정치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독일의 많은 정치전문가가 이번 튀르키예 총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독일 내 튀르키예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요?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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