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읽기 협회(Stiftung Lesen)는 디 자이트지와 도이체반 재단과 함께 2007년부터 매년 아동의 책 읽기 발달을 위한 책 낭독의 중요성을 연구해왔으며,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부모와 어린이집, 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시작된 ‘리딩 모니터(Vorlesemonitor)’는 1세부터 8세 아동을 가진 부모 8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들에게 자녀의 읽기 행동에 관해 질문했습니다.
취학 전에 형성되는 초기 독서 충동
조사 결과 독일 부모의 32%는 자녀에게 거의 책을 읽어주지 않거나 읽어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39%는 자신의 자녀가 책을 거의 읽지 않거나 소리 내어 읽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가정내 읽을 만한 도서와 자료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 실제로 가정 내에 도서가 많을수록 부모가 주기적으로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자녀의 독서 충동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부모의 교육 수준도 자녀가 책을 읽는 빈도수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규교육 수준이 낮은 부모의 절반 이상은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책을 거의 읽어주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자녀가 미취학 아동이라면 부모에 따라 상대적으로 책 읽기에 흥미를 갖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교육기관은 부모와 아이가 일상에서 소리 내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
부모의 교육방식과 함께 미취학 아동의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어린이집의 교과과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독서 실태 연구를 위해 전국 어린이집 교육전문가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1%는 원생인 아동에게 하루에 한번 책을 낭독해준다고 답했습니다.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은 아동이 자발적으로 읽게 하거나 게임, 운동, 만들기 수업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또한 41%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담당한 아동의 3분의 1가량이 집에서 책을 읽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각 가정에서 아이들이 책 대신 다른 매체를 주로 접하거나 읽기 능력의 부족, 부족한 독서 경험, 부모의 불안, 모국어가 외국어인 부모를 둔 경우 등을 꼽았습니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10곳 중 9곳은 아동이 평소에도 책을 크게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도록 부모에게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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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 부모 스스로 책 낭독을 즐겨야
2020년에도 아동의 독서 실태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설문조사는 일주일에 최대 1회 이상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부모 5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상당수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하는 이유로 과다한 업무와 집안 일로 인한 시간 부족을 꼽았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48%는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충분히 책을 읽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도서 권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조사 대상 가구의 68%는 최대 10권 정도의 아동 도서를 갖고 있으며, 57%의 부모는 자녀에게 주기적으로 책 선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참고로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자주 선물해 줄수록 책을 직접 읽어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끝으로 부모의 49%는 스스로 책 낭독을 즐기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럴 경우, 부모 스스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에 대한 효용성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44%는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자녀가 집중하기 어려워하며, 31%는 자녀가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독서를 즐기고 이를 통해 정서적, 언어적, 지적 성장을 높일 수 있도록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에 대한 필요성 인식하고 아이가 경청할 수 있게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인쇄된 텍스트 외에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함께 접하는 것
많은 부모들이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의미를 인쇄된 텍스트를 그대로 읽어 주는 것으로만 한정하여 생각하기 쉽습니다. 2019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3%는 숨은 그림 찾기가 그려진 책을 같이 보거나 E-book을 읽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으며, 20%는 유아에게 간단한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도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활자를 읽는 것 외에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포함된 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책을 읽어 주는 것에 해당하며, 이 또한 초기 독서 충동을 발달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가 가정주부인 엄마보다 아이에게 더 자주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워킹맘인 응답자 27%가 아이에게 책을 거의 읽어주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가정주부의 경우는 39%에 달했습니다. 아이 아빠의 경우, 응답자의 58%가 책을 거의 읽어주지 않거나 읽어준 적이 없다고 답해 아이의 독서습관 형성에 엄마보다 상대적으로 책임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성: 독일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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