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정 혹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와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구사자로 자라나게 됩니다. 이중언어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 구사자들은 단일언어 구사자들보다 더 높은 기억력과 인지력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구사자는 두 가지의 다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부모님께서 아이를 이중언어 구사자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중언어가 갖는 장점만을 바라본 나머지, 이중언어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간과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진정한 이중언어 구사자로 자라기 위해 무엇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지, 또 부모가 어떤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1.이중언어의 정확한 의미
이중언어(bilingual)란 두 가지 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는 화자를 말합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갖고 있지만, 독일어를 한국어 수준만큼 구사할 수 없다면 진정한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이민을 온 이민 1세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이민 1.5세대 혹은 2세대 아이들은 이중언어 구사자가 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란다고 모두가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환경은 제2외국어 능력을 기르기는 비교적 쉽지만, 진정한 이중언어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부모의 꾸준한 보살핌과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2.이중언어가 갖는 장단점
2-1. 장점
지금까지 이중언어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가 가진 단점보다 장점이 월등히 많습니다. 이중언어 구사자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책’이라는 사물을 보았을 때, 이중언어 구사자들은 한국어로 ‘책’ 혹은 ‘Buch, book’ 이라는 단어도 동시에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단어, 하나의 상황 속에서 두 가지의 언어적 사고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언어 사용자보다 창의력, 인지력, 이해력, 기억력, 학업성취도 등이 더 좋게 나타납니다.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가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두 배 혹은 그 이상이 되는 점,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언어를 훨씬 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은 이중언어 구사자 혹은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2. 단점
이중언어 구사자가 갖는 단점보다는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다르지만, 대체로 이중언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언어발달이 단일언어를 쓰는 아이들보다 느립니다.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서 언어적인 문제로 학업 성취도가 낮게 나오거나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에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격이 자라나는 나이인 만큼,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들은 향후 아이의 정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때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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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중언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
3-1. 아이와 친밀한 유대관계 유지하기
아이와 친밀하게 의사 소통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인 동시에 이중언어 구사자로서 자라는 과정에서도 큰 원동력이 됩니다. 이전 단락에서 언급한 것처럼 늦은 언어발달로 인해 아이가 자존감, 자신감을 잃어갈 때 부모는 아이를 정서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유대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 읽기, 아이와 이런저런 수다 떨기 등 소통을 전제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이 유대관계는 깊어집니다.
부모가 독일어를 배우는 것 또한 아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는 이를 통해 이중언어 환경에 있는 아이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아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직접 독일어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2. 모국어 뿌리내리기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해서 모국어가 뿌리내렸다면 대부분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독일 사회에서 아이가 커가면서 모국어를 거부할 우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국어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독일어의 사용이 늘면서 두 언어의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이때 부모가 모국어 사용을 강요하면 더 큰 거부감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강요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조금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무작정 언어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한국음악이나 영화같은 문화적인 접근으로 모국어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 주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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