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이라는 독일에 살면 어딜 가나 좋은 축구장, 육상 트랙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흔히 할 수 없는 종목이지만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면 조정 클럽, 도시 곳곳에 있는 승마 클럽 같은 곳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운동을 할 수도 있다.
한국은 학원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있어 학원에 보내면 그만이지만 독일은 학원이 한국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어디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전문적으로 배우게 할 수 있을까?
먼저 어린 아이들이라면 집에서 가까운 스포츠클럽( Sportverein)을 찾아 아이가 흥미 있는 종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통 걷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육상클럽이나 체조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거의 놀이처럼 넓은 체육관이나 육상트랙에서 뛰고 구르는 수준으로 3세 미만이라면 부모와 함께 하는 수업에 참여 할 수 있고, 부모와 분리가 가능한 나이가 되면 아이들만 수업에 참여한다.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축구클럽을 찾아 밤비니반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베이비 수영, 어린이 수영 수업을 찾아 등록해도 된다. 클럽 외에 태권도, 발레와 같은 특정 종목은 개인 강사가 학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만5세가 되면 놀이에서 벗어나 조금씩 전문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축구클럽에서도 공을 직접 드리블 하는 등 재미 위주이지만 그 종목에 관련된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훈련을 받기 시작한다.
부모라면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운동 능력이 뛰어난지, 어떤 종목의 운동을 집중적으로 시켜야 할지 궁금해 질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해 온 운동종목에서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 확인 해보거나 단순히 아이의 흥미를 위해서도 시험, 평가, 대회에 참여해 보게 된다. 독일에서는 가까운 스포츠 클럽에서 쉽게 평가 받을 수 있다.
독일 올림픽 스포츠 협회(DOSB: Deutsche Olympische Sportbund)에서 주관하는 사업 중 하나로 독입 스포츠 뱃지 제도(Deutsches Sportabzeichen)가 있다.
만6~ 90세까지를 대상으로 지구력, 근력, 민첩성, 협응력, 수영 능력을 평가하고 기록에 따라 증명서와 메달을 수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매년하던 체력장과 비슷하지만 단순히 학교 수업 성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운동 능력을 평가하여 시민들의 운동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사업이다.
매년 연속해서 동메달 이상 메달을 받으면 10주년부터는 기념 증서를 받는다. 40년, 50년 기념 증서를 받으신 분도 있다고 하니 독일 사람들이 본인의 체력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경찰, 소방관, 직업군인과 같이 체력을 요하는 직업의 경우 스포츠 뱃지로 체력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연계되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육상클럽에서는 지구력 테스트를 위해 800m 달리기를 한다. 만6~7세 남아의 경우에 5분40초 이내면 들어오면 동메달, 5분 이내 은메달, 4분 15초 이내 금메달을 받게 된다. 이처럼 연령, 성별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또 한가지 가장 흔히 하며 많이 알고 있는 운동 종목이 수영이다. 수영의 경우에도 DOSB의 기준에 따라 금 은, 동메달을 받을 수 있다. 수영은 특별히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종목으로 특별히 독일인명구조협회(DLRG: Deutsche Lebens-Rettungs-Gesellschaft e.V)에 위임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DLRG의 기준으로는 만6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을 위한 해마, 바다사자, 해적 등급을 따로 만들어 두었고, 초등학교에서 수영 수업 시간에 평가를 실시하여 동메달, 은메달 그리고 최종적으로 금메달 수준의 수영 능력을 갖는 것을 목표로 수업을 한다.
사실 금메달을 땄다고 해도 이는 생활체육 수준을 평가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아이가 운동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특정 종목에 두각을 나타낸다면 좀 더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종목에 따라 세부적인 기준은 다르지만 감독, 트레이너와 상담을 걸쳐 각 종목에 특화된 스포츠 클럽을 소개받는다. 이때부터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아주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의 한 두번이 아니라 운동 빈도나 훈련시간이 증가하게 된다.
이제부터 엘리트 스포츠 선수가 되려면 대회에 참여하여야 한다. 개인종목으로는 대회 참여를 통해서 점수를 모아 대표선수가 되기도 하고 중요 대회에 참여한 후 입상하여 대표선수로 선발되기도 한다. 먼저 지역 대표로 선발되고 그중에서도 뛰어나면 주 대표 선수가 되며 이후 독일연방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 엘리트 스포츠 선수가 되는 길이다. 만약 청소년부터 국제적으로 실력이 뛰어나면 청소년국가대표의 타이틀을 달고, 국제대회출전이 가능하고, 올림픽대회까지 진출이 가능하다.
보통 스포츠 클럽에서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일반 학교를 계속해서 다닐 수도 있으며, 레알슐레 내에 한국 운동부와 같은 특화된 반(Klasse)이 개설되어있는 학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또는 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방법도 있다.
독일에서는 종목별로 올림픽훈련센터가 독일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있다. 일반 스포츠클럽에 올림픽훈련센터가 같이 운영되는 대형 클럽에서는 어린 아이들부터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함께 운동 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만약 아이가 어느 한 특정 종목에 두각을 나타낸다면 이런 올림픽훈련센터가 있는 대형 스포츠 클럽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다른 곳을 찾지 않아도 어릴 때부터 쭉 한 곳에서 훈련 받을 수 있고 지도자들의 능력도 뛰어나며, 올림픽 훈련센터로 정부지원을 받아 시설도 아주 좋다.
또한 같은 훈련시설에서 훈련 받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꿈을 키울 수도 있다. 보통 지역 내 개최되는 대회들도 이런 곳에서 열리기 되기때문에 대회에 참여하거나 참관이 쉬운 것도 장점이 된다.
그리고 집이 먼 선수들을 위한 기숙사도 운영되며, 학업 지원, 영양관리, 스포츠과학(역학,생리,심리) 지원, 부상 관리, 사회/심리상담 등을 포함하여 유소년 선수 때부터 전문적인 관리 속에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보통은 청소년대표선수 정도가 되면 집에서 멀더라도 올림픽 훈련 센터가 있는 곳을 찾아 기숙사 생활을 하며 훈련을 병행한다.
단체종목인 축구의 경우, 먼저 지역대표 선수로 지역리그(Kreis-Liga) 부터 시작하여 Landes- Liga, Ober- Liga를 거치고 Regional-liga(4부리그) 구단에 들어가 선수로 뛸 수 있다. 4부리그까지는 아마추어로 학업이나 성인의 경우 직업을 병행한다. 3부리그 이상 상급 리그에 들어가게 되면 프로축구선수가 되며, 구단과 계약을 통해 연봉을 책정하고 입단하여 선수 생활을 한다.
유소년 선수들의 경우에도 하부리그에서 뛰다가 두각을 나타내면 감독, 코치와 상담 후 점점 상급 구단으로 테스트를 받고 입단하게 되며, 간혹 경기가 있을 때 스카우터들이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보고 스카웃하기도 한다. 각각의 리그 구단에서는 유소년 선수들을 선발하여 성인 선수가 되기까지 아주 질적으로 좋은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이중직업제도(Dualle Karriere)를 일찍이 구축하고 있어 학업과 운동을 같이 병행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대표 이상이 되면 대회에 참가 지원 뿐 아니라 그 사이 빠진 학업을 위한 보충수업(Nachhilfe)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그리고 대학이나 아우스빌둥을 하면서 계속해서 2부, 3부리가 축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하며 이들은 체육교육이나 평소 관심있던 학과에서 공부하며 이후 감독이 되기도 하고, 은퇴 이후 다른 길로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 독일에서는 의사, 소방관, 학교 선생님들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기도 하는 등 한국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엘리트선수가 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독일이라는 스포츠 강국에 살면서 좋은 환경, 시설을 이용하여 평소 하고 싶었던 운동을 원없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학업도 병행한다면 아이들에게 유소년시절에 갚진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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