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입니다. ‘전차군단’으로 불리며 항상 우승트로피를 넘보는 독일의 월드컵 도전사에도 순탄치 않았던 희미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바젤의 굴욕과 베른의 기적
- 54 스위스 월드컵. 1954년 6월 20일. 스위스 바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독일(서독) 대표팀이 복귀한 첫 국제대회입니다. 당대 최강으로 여겨지던 헝가리와의 조별 예선에서 3-8로 대패하며 서독 감독은 분노한 자국 팬들로부터 돌 세례를 받습니다. 경기 후 감독(Sepp Herberger)은 당시 특이한 토너먼트 진행 방식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의도된 패배였다고 밝힙니다. 8강 토너먼트에선 각 조 1위 팀은 1위 팀끼리 2위 팀은 2위 팀끼리 맞붙는 대회 방식을 영리하게 이용한 서독은 결승전까지 오릅니다. 그러나 당시 5점 차 대패를 지켜본 독일 국민들에겐 치욕의 순간이였음이 분명합니다.
- 54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 14일 뒤 스위스 베른
8강과 4강전에서 브라질(베른의 난투극이라 불림), 우르과이 등 강자들과 난타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헝가리를 다시 만난 서독은 3:2로 승리하며 독일의 월드컵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다소 충격적인 사실은 결승 전반전 종료 후 서독 선수들에게 ‘메스암페타민(마약 일종)’을 먹였다는 사실이 공개됩니다. 당시 결승전에 임했던 헝가리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서독 선수들의 눈이 풀려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63년 이전까지 금지약물 규정이 없었고 동구권 국가에선 약물이 남용되던 시기라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어찌 됐든 당대를 호령하던 무적함대 헝가리의 무패행진을 종식시킨 서독의 승리는 ‘베른의 기적 Das Wunder von Bern’으로 불리며 2차 세계 대전 패전으로 실의에 빠진 독일 국민에게 큰 환희를 안겨준 경기로 기억됩니다. 이후 독일대표팀은 월드컵 무대의 영원한 강자로 군림하기에 이릅니다.
※ 동명의 영화 ‘베른의 기적 Das Wunder von Bern(링크)’은 당시 독일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수작으로 평가됩니다.
※ 54년 스위스월드컵은 ‘대한민국’의 첫 월드컵 도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조별 예선 2경기에서 나선 남한팀은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0:9, 0:7로 대패하며 세계의 벽을 실감합니다. 서독과도 같은 조에 편성된 남한은 조별 예선 2경기만 치르는 특이한 일정으로 양 팀의 역사적 월드컵 첫 경기는 훗날로 미루어집니다.
뮌헨 참사와 2002한일 월드컵
- 2002 한일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2001년 9월 1일. 독일 뮌헨
뿌리 깊은 앙숙지간인 ‘전차군단’ 독일과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독일 안방에서 맞붙었습니다. 한일월드컵 직행으로 향하는 이 중요한 일전은 예상과는 달리 독일의 1:5 참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잉글랜드의 신성 ‘마이클 오웬’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자신의 인생 경기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합 전날 뮌헨에 도착한 악명높은 잉글랜드 훌리건들에 바짝 긴장한 독일 대표팀 서포터와 경찰은 이날 잉글랜드의 대승으로 승리에 도취되 비교적 얌전히 응원석을 빠져나가는 훌리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해했다는 후일담입니다. 이 패배로 조2위로 내려앉은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힘겹게 한일월드컵 티켓을 거머쥡니다.
- 2002 한일월드컵 4강전. 2002년 6월 25일. 대한민국 서울
파죽지세로 유럽 강호들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라온 한국과는 달리 독일의 대진운은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일랜드, 카메룬, 파라과이, 미국 순으로 독일 입장에선 비교적 쉬운 상대였습니다. 유럽 강팀들 입장에선 한국팀을 위한 오심과 편파판정이슈로 뜨거웠던 대회로 기억됩니다. 부담을 느낀 FIFA는 결국 한국 vs 독일 4강전 주심 및 심판진을 독일계 스위스인, 프랑스인, 체코인으로 교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에 이릅니다.
국제 공식 경기는 출전국 대륙 출신의 심판진을 배정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팽팽한 경기는 역으로 한국팀에게 다소 엄격한 판정이 내려지며 일부 붉은악마의 분통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결과는 독일의 1:0 승리로 끝나며 ‘전차군단’이 다시 한번 월드컵 트로피에 도전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다소 맥빠진 경기력을 결승전에서 선보인 독일은 브라질에 0:2 완패하며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릅니다.
카잔의 참사 Desaster von Kasan
-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년 6월 27일. 러시아 카잔
우리에겐 ‘카잔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조별 예선 3차전입니다.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로 0:2 충격의 패배를 당한 독일은 2차 세계 대전 이 후 최초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양 팀에게 역사적인 이 경기는 영국 ‘데일리 메일’이 선정한 역대 월드컵 10대 이변 2위에 등재되었습니다. 이 경기 후 독일대표팀은 극심한 암흑기에 빠져들기에 이르며 패배에 익숙한 행보를 보입니다. 이 하는 ‘카잔의 참사’로 독일 대표팀이 수립한 불명예스러운 기록입니다.
– 월드컵 최초 조별 예선 탈락
– 아시아팀을 상대로 무득점 패배
– 아시아 팀을 상대로 패배한 전 대회 우승팀
– 아시아 팀을 상대로 패배한 피파랭킹 1위 팀
※ 이 경기 후 Fox 스포츠 채널에 출연한 ‘거스 히딩크’는 “독일은 안주하였고 오만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게 벌을 받았다.”고 독일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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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우승 후보 ‘독일’
히딩크의 독설이 약이 된 것일까요? 새 감독하에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은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카타르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으며 ‘전차군단’의 위용을 되찾고 있습니다. 4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조 추첨에서 스페인, 일본, ‘코스타리카 혹은 뉴질랜드 승자’와 한 조에 편성된 독일 대표팀과 축구팬들은 내심 한국과의 리벤지 매치를 기대하진 않았을까요?
모쪼록 ‘전차군단’의 부활과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 독일 대표팀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일정
– vs 일본. 2022년 11월 23일(수) 오후 2시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ARD 중계)
– vs 스페인. 2022년 11월 27일(일) 오후 8시 알베이트 스타디움(ZDF 중계)
– vs 코스타리카 oder 뉴질랜드. 2022년 12월 1일(목) 오후 8시 알베이트 스타디움(ARD 중계)
작성 :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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