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 지역 최초 겨울 월드컵이라는 수식어 외에도, 역대 최대 예산인 300조 이상 투입된 월드컵이자 여성심판이 처음으로 투입되는 월드컵으로 여러모로 기념비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와 성소수자, 여성의 인권침해 등으로 역사상 논란이 가장 많은 월드컵이기도 해 전 세계 곳곳에서 ‘보이콧 카타르’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내 술집 수백 곳, 카타르 월드컵 중계방송은 틀지 않을 예정
독일 내 수많은 펍과 스포츠 바들은 ‘Kein Katar in meiner Bar’라는 모토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 경기의 중계방송은 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7년간 쾰른에서 펍을 운영한 로타 또한 매 월드컵 경기때마다 두 개의 대형스크린으로 손님들과 함께 중계방송을 즐겼으나, 이번 월드컵만큼은 단체관람 대신 이를 대체할 만한 이벤트를 기획 중입니다.
열렬한 축구팬으로서 독일 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은 팬심도, 월드컵 특수로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을 경제적 이익도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로타와 함께 펍을 공동 운영중인 짐머만은 독일 매체 DW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이 제일 중요하고 인권과 축구 문화는 뒷전인, 완전히 부패해버린 FIFA 시스템에 모범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뒤이어 “카타르는 여성에 대한 억압,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열악한 노동 조건 등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에 축구 중계방송 대신 현재 카타르의 상황과 FIFA 정책에 대한 보이콧을 위한 패널 토론을 주최하고, 다트 게임, 영화상영, 플레이스테이션 등으로 대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일 유명 축구 선수 총출동, 그럼에도 카타르 월드컵에 등돌린 독일 축구 팬들
지난 16일, FIFA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클럽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독일 대표팀 공격수 토마스 뮐러를 포함해 총 17명이 경기를 뛸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축구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소속된 샬케04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축구 팬들은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독일 축구 박물관 앞에 모여 이번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하는 시위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분데스리가 경기 중 관중석에서 함께 펼쳐 보일 ‘#boycottqatar2022’ 배너를 배포하고, 모든 축구 팬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이번 월드컵을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하기를 요청했습니다.
인권단체 에퀴뎀, FIFA는 피해 입은 근로자 수천 명에 즉각 보상해야
인권단체 에퀴뎀(Equidem)은 지난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는 중에 노동 착취와 인권침해가 심각했으며, FIFA는 이들이 겪은 피해를 즉각 보상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에퀴뎀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 건설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들로 국적에 따른 차별과 불법 채용, 임금 미지급 등 지속적고 광범위하게 노동권을 침해 당했습니다.
또한 현장 근무 시, 심각한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았으며 직장 내 폭력을 통해 공포와 보복이 만연한 문화에서 일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에퀴뎀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 당국과 FIFA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며, 이 수익으로 “월드컵 경기장 건설 중에 임금 미지급과 기타 피해를 입은 수천 명의 노동자들에게 즉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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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노동자의 인권 뿐 아니라 성소수자와 여성 인권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카타르 축구대표 출신인 칼리드 살만(Khalid Salman)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는 지난 8일 독일 언론 쥬드도이치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를 ‘정신적인 손상’으로 묘사했으며, “카타르 월드컵을 보러 카타르에 오는 성소수자들은 카타르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혀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동시에 성 격차 지수가 146개국 중 137위인 카타르가 여성에게 안전한 국가냐는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월드컵조직위원회 소속으로 카타르에서 일하던 멕시코 여성이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카타르 당국은 ‘연인 사이’라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손을 들어줬으며, 카타르 월드컵 공식 숙소로 지정된 여러 호텔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여성 노동자의 성폭력과 인권침해 고발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작성: 독일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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