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넘은 사람이라면 현대자동차의 엘란트라 광고가 기억나실 겁니다. 어린 시절 그 광고는 강렬하게 기억에 남으면서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게 알려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9월 총선 결과에 따라서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12일 독일 여론조사연구소 인사(Insa)가 빌트암존탁의 의뢰를 받아 6~10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방하원 총선에서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26%가 사민당(SPD)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현재 여론 조사와 비슷하게 총선이 진행된다면 사민당은 기존 정부가 행해왔던 일부 정책에 대해 정반대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속도제한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사민당이 연방 내각을 구성하게 되면 ‘고속도로 속도제한(Tempo 130)’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속도 제한 안건은 지속적해서 심의됐지만, 기민∙기사당(CDU/CSU) 강력히 거부표를 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민당은 정책공약집에서 이 안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녹색당과 좌파당도 같은 의견이기에 시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정책 ‘Tempo 130’
천천히 운전하게 되면 들어가는 연료의 양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량도 감소해 환경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연방 환경청의 조사에 따르면 이 정책으로 고속도로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190만 톤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년 배출량이 총 1억 4,600톤인 것을 고려할 때 앞선 수치는 미비할 수 있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조금이라도 배출량 감소에 도움 되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연방환경청 Miriam Dross는 “속도 제한은 즉시 실행할 수 있기에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정책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속도제한의 이점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 시행 이점 1: ‘소음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다른 의견
올라프 숄츠 총리 후보는 동의한 바가 없지만, 녹색당과 좌파당에서는 도심에서 30km/h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만약 속도를 30km/h로 제한시키면 급제동 횟수가 현저히 적어지기 때문에 매연가스가 덜 배출돼서 공기가 깨끗해질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 외에도 Tempo 30을 시행한다면 거리의 소음량도 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만약 도로의 소음량이 3데시벨 정도 되면 일상적인 대화도 불편함 없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것은 특히 도로 주위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소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민당(CDU)의 아르민 라셰트는 이러한 논의는 전기자동차를 사용하게 되면 해결될 문제기에 무의미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책 시행 이점 2: ‘사고율 감소’에 대한 의견
녹색당은 이 정책이 시행돼야 할 한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사고율 감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에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이 정책은 사고율 감소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이 정책 없이도 고속도로는 매년 안전해 지고 있으며 2000~2020년간 발생한 치명적인 사고 건수는 66%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율이 감소한 이유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의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속도제한은 많은 이들에게 스트레스와 좌절로 다가올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책 시행 이점 3: ‘생존가능성 증가’에 대한 의견
괴팅엔 대학 외과 전문의 Christopher Spering은 “사고 당시 충돌 속도가 부상 정도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속도 제한이 생기면 생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터에서 이러한 사고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와 사고 여파로 발생할 사회적 문제(실직 등)를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사고를 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속도 제한으로 연간 약 14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17년의 발생한 사망 데이터를 보았을 때 409명 중 33% 이상의 사고를 줄이는 셈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협회는 속도뿐 아니라 사고를 유발하는 다른 여러 요인도 있기 때문에 상황(교통량과 날씨 등)에 따라 속도 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작성: 에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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