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과 본 사이에 브륄(Brühl)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작은 마을 같은 곳인데 브륄 성이 있고 그 성 앞으로 꽃밭이 이쁘게 꾸며져 있어 쾰른으로 교환학기를 보내는 학생들이나 근교에 사시는 분들은 꼭 한 번씩 오는 곳이다. 본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어 종종 쾰른과 본의 사이에 있는 브륄에서 만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친구의 시누이가 독일에 놀러 왔을 때, 돌아 가는 길에 무엇이 가장 맛있었냐고 친구가 물었었는데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이 파스타 집을 이야기했노라며 추천하는 집이 있다고 하여 우리는 만나자마자 바로 파스타 집으로 향했다.
가게 이름은 Amano Pasta e Basta라는 곳인데, 밖에서부터 아기자기한 가게 모습에 나는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나의 믿음을 가득 주게 되었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맛있는 냄새와 가게에서 직접 면을 만들어서 요리하는 모습에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독일에서 진짜 이탈리안 파스타라니, 황홀하기까지 했다. 오전 11시 반부터 14시까지는 점심 메뉴로 샐러드 혹은 주스를 포함하여 파스타 가격이 9.5 유료였고, 야채를 잘 먹지 않는 나는 주스와 해물 토마토 파스타를, 친구는 샐러드와 고르곤졸라 파스타를 선택하였다.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친절한 종업원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파스타를 먹은 것 같다. 파스타는 쉬운 요리 중 하나이지만 나에게는 매번 할 때마다 어렵게 느껴지는 요리이다. 물론 실패를 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파스타를 만든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때면 내가 못 하는 만큼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아마 조만간 한 번 더 이 집을 방문할 것 같다.
밥을 먹고 난 후 우리는 근처 커피집으로 향하였다. 여기는 이미 두 번째 방문인데 커피콩이 가득한 카페 안에서 차 혹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줄줄 나올 만큼 포근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 카페의 이름은 Rösterei moccafair라는 곳인데 구글맵에서 4.9라는 평점을 받을 정도로 커피 맛은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곳이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걸어볼까, 하며 우리는 브륄 성 주변에 있는 꽃밭과 마당을 걸으며 브륄의 본 성에서 조금 떨어진 별채 같은 느낌의 성까지 걸어가며 자연을 만끽하였다. 브륄 성 앞의 마당에는 매번 갈 때마다 웨딩사진을 찍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 커플들이 눈에 띈다. 주중임에도 오늘만 세 커플이나 보았으니 얼마나 많은 커플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고 결혼을 하는 것인가, 계산이 쉽사리 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이쁘다는 뜻이지만 나는 브륄 성 앞의 마당보다는 별채 느낌의 성까지 걸어간 길이 더 마음에 들었다. 조금만 걸으니 나무가 빽빽이 솟아 있는 숲과 같은 길이 나왔고, 그 길을 조금 걷다 보니 논밭이 나왔으며, 기찻길에 기차도 가끔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 모든 길이 걸어서 20분 안팎이라는 점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짧은 길에 다양한 풍경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과, 숲과 같이 나무가 빽빽한 곳은 좀 전에 있던 곳과는 사뭇 다른 공기로 코가 뚫리는 기분마저 들게 해 주었고 산속에 있는 한국의 부모님 집을 떠올리게 해 주어서 인 것 같다.
걷다 보니 만 보를 넘게 걸었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 시간이 되기 직전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각자의 기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쾰른에서 브륄까지는 쾰른대학교 근처에 있는 Köln Süd 역에서 RE (Regional Express) 기차를 타면 한 정거장 밖에 되지 않고 기차 시간만 따지면 6분이 걸린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브륄의 기차역과 트램역은 15분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기차를 타고 가면 기차역에서 바로 브륄 성으로 가는 길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보통은 기차를 많이 타고 방문하는 것 같다.
비 온 뒤라 날씨가 조금은 쌀쌀했지만 하늘이 맑고 공기도 좋았기에,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드는 파스타 집을 찾게 되어 약 5시간 정도의 나들이였지만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지금처럼 가게에서 밥도 먹을 수 있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이 일상이 다시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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