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차가 오는지 멈춰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100이면 100 차가 멈춰 서서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친절히 손으로 지나가라고 표시까지 해준다. 그럼 나는 꾸벅 인사를 하며 들리지도 않을 “Dankeschön”을 읊조리며 황급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독일은 횡단보도 앞에선 무조건 사람이 먼저다. 작은 도로여도 속도를 높여서 다니는 독일인들의 운전에 왠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주지 않을 거 같아 매번 건너지 않고 서성이게 되지만 어떠한 속도로 운전을 하든 횡단보도 앞에서는 꼭 서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여기서는 예의이고 규칙인 것 같다.

웃긴 건 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막상 한국을 가면 독일 운전자들보다는 속도가 느린 차들을 보며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사고가 날 뻔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날 항상 째려봤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으며, 끝까지 멈추지 않으려고 하다 횡단보도 중간까지 와서 멈춘 경우도 많았으며,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옆에 있던 남자 친구마저 사고 나게 왜 지나가느냐 라고 하는 것이었다. 무단횡단도 아니고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지나가는데, 그것도 갑자기 뛰어가는 것도 아니고 다가오는 차의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고 지나가는데 이것마저 욕을 먹을 일인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상하게 보행자가 먼저인 독일에서는 지나가지 못하고 쭈뼛쭈뼛 망설여지고, 자동차가 먼저인 한국에서는 당당히 지나가려는 나도 참 우스운 것 같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디에 있든 서로 조심하여 불의의 사고만 없으면 뭐든 괜찮지 않을까.
오늘도 조심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왜 지나가지 않고 멈춰 서서 움찔거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하며 지나가라고 손짓해주는 운전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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