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에서 맞이하는 생일이 벌써 3번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생일맞이로 쾰른의 어느 식당을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은 찾지 못하였다. 생일을 맞이하여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에 뒤셀도르프에 있는 일본 빵집과 짬뽕과 탕수육을 파는 식당을 가보고자 오랜만에 집을 나와 기차를 탔다.
지난번에 오후 2시쯤 방문하였다가 빵이 다 팔려서 아무것도 못 사고 나온 일본 빵집인 “Bakery My Heart”. 오전 11시쯤 도착해서 보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창 안으로 폭신폭신해 보이는 빵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벅차올랐다. 작은 가게로 코로나 규정상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이 되어 줄이 더 길고 빨리 빠지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창 밖에서 빵 구경하느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초코 소라빵을 시작으로 단팥빵과 카레빵 등 야무지게 골랐다. 오늘 저녁은 이 빵들로 배가 빵빵해져 있을 나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로 탕수육과 짬뽕을 판다는 집으로 향했다.
“Das Azit”. 이름부터가 아지트인 만큼, 내부는 한국의 대학 근처에 있는 정겨운 술집 분위기였다. 12시부터 시작이라고 구글맵에 적혀 있어서 12시 5분쯤 찾아갔는데 오늘따라 경찰차가 앞에 있는 바람에 조금 늦으셨다며 부랴부랴 문을 여시는 사장님을 만나 자리를 앉았다. 앉자마자 짬뽕과 탕수육을 주문하였는데, 맙소사. 짬뽕과 탕수육은 저녁 메뉴에만 있고 중식으로는 짜장면만 점심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짬뽕과 탕수육을 먹으러 왔는데… 고민하다 비빔밥과 닭갈비 정식을 시켰다. 닭갈비 정식은 매운 걸 잘 못 먹는 나에게 꽤 매웠고, 그래서 비빔밥은 간장도, 고추장도 간을 하지 않은 채 닭갈비와 함께 먹었다. 실내가 엄청, 아주 엄청나게 추워서 식당 밖을 나오자마자 햇빛을 찾아다녔고, 뒤셀도르프를 방문한 마지막 목적인 폴란드 도자기를 파는 가게를 찾아갔다.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coffee dripper 가 갖고 싶다고 하였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폴란드 도자기가 너무 예뻐 보여 가게를 찾다 보니 쾰른에는 없고 뒤셀도르프에 한 곳이 있어 방문하게 되었다. 폴란드 도자기 그릇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꼭 추천드리고 싶다. 가게는 작지만 그 안에 웬만한 그릇들은 모두 있었고, 가격도 평이하였다. 더 많은 그릇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coffee dripper가 세 가지 종류가 있었기에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가게를 나왔다.
기차를 타고 쾰른으로 돌아가기 전, 당연한 코스 중 하나인, 뒤셀도르프 중앙역 근처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 들려 그날 뽑은 것 같은 가래떡과 순대, 말린 취나물, 라면, 과자 등을 챙기고 돌아왔다. 냉동 떡볶이 떡보다 이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가 훨씬 맛있고, 순대는 쾰른에 있는 아시아 마켓에 없기에 뒤셀도르프에 가면 고민하다 한 번씩 사는 품목 중에 하나이다. 순대는 떡볶이를 먹을 때 반 정도를 쪄먹고, 나머지 반은 그 다음날 순대볶음을 해서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깻잎이 없는 순대볶음이라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빨간 양념이 순대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입맛도 돋워주어 나쁘지만은 않다.
요즘 너무나도 바쁜 하루하루이기에 생일 당일인 주중에는 아무 곳도 못 갈 것 같아 주말에 미리 다녀온 뒤셀도르프는, 날씨도 봄 날씨로 따뜻하고 햇살도 가득하여 오랜만에 집 밖을 나온 나에겐 짧은 여행같이 느껴졌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나이가 차면 찰 수록 생일에 대한 집착이, 설렘이 줄어든다고 하던데 나는 아닌가 보다. 매년 3월이 되면 생일이 다가오기도 전부터 두근거리고 생일 전날은 더 두근거리며 당일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그저 즐겁다. 과거의 내가 올해의 나에게 쓴 편지를 읽고, 내년, 혹은 몇 년 뒤의 생일을 맞이할 나에게 편지를 쓰고, 내년 생일에 끝날 적금을 드는 것만으로도 나의 생일맞이는 부산스럽다. 앞으로도 이렇게 부산스러운 생일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길.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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