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살면서 귀찮을 때, 해장하고 싶을 때, 얼큰하고 따끈한 국물이 땡길 때마다 손쉽게 먹었던 라면. 요즘 들어 짜파게티가 아시아 마켓에서 자주 보이지 않아 보일 때마다 쟁여두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유럽이 한국에서 수입되는 라면에 대해 인체 무해 증명서를 건별로 작성하라는 요구를 하였고, 한국 라면기업은 매출액의 40%가 검사비용으로 든다며 유럽으로 라면을 수출하는 것을 잠정 중단했다는 무슨 믿기도 어려운 소문을 듣고 어제 설마설마하며 아시아 마켓을 다녀왔다.
두둥…! 정말 라면 코너에 한국 라면의 대부분이 다 빠져있었다. 예전부터 잘 보이지 않던 짜파게티는 물론이고, 신라면, 진라면까지 싹 다 나가고 없는 모습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주말이라 빠진 부분들을 넣지 않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중국도 한국도 지금 시기가 설날이기에 독일로 물건이 오지 않아서 채워 넣지 못한 것인가, 그런 거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아 있는 라면 중 잘 먹는 안성탕면을 챙겼다.
뉴스를 찾아보니, 문제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 EU의 유해물질 검출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라면에서 몇몇의 유해물질이 과도하게 검출되어 수출되었던 제품들의 리콜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에 검사증명서 발급 비용이 업계에 많이 부담이 된다는 부분을 인식하고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지원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언제부터 시행될지,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또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우선 가능한 한도 내에서 양심껏 필요한 만큼의 라면을 집에 비상식량으로 채워두는 것이 마음은 편할 듯싶다. 그러니 나처럼 놀란 마음에 떠는 손으로 안성탕면 3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유럽에 사시는 라면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조속히 주변의 아시아 마켓을 살펴보시길 바란다.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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