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우리는 외국인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무례한 사람을 만나서 불쾌한 일을 당하게 되면 내가 외국인이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더 고민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불쾌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침묵하지 않고 표현하고 대응했을 때 다른 한국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테니스를 즐겨 칩니다. 모든 운동에는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있듯이 테니스의 가장 중요한 에티켓 중 하나는 코트 사용입니다. 내가 예약한 시간보다 코트에 일찍 들어가지 않고, 또 내가 예약한 시간보다 오래 치지 않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 정확한 시간에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실내 테니스를 치던 지난 겨울, 제가 예약한 코트에 가서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정해진 시간보다 항상 몇 분이 더 지나서 경기를 마치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우리 한국 그룹을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있어서 유독 그날은 더 불쾌감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코트에 들어가자, 그 사람들은 자신의 큰 가방을 우리가 운동하는 테니스 코트 안에 놓고 옆 칸의 코트에 가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얼마 동안은 그 가방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그 가방을 보게 되자 너무 불쾌해서 그 가방을 치워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뭐 대수냐고 무시를 하다가 제가 강하게 요구를 하자 어쩔 수 없이 가방을 치워주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약한 시간이 되어서 코트에 들어갔는데 앞에 쳤던 두 사람이 코트를 떠나지 않고 우리 코트 안의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10분이 지나도 나가지를 않자, 또 불쾌해졌습니다. 이제는 말도 섞기가 싫어서 큰 소리로 옆 코트의 다른 한국 친구들에게,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가 문제일까요? 라고 말하자 자기들이 눈치를 보더니 나갔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이 블랙리스트들이 치는 코트에 다른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코트 밖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이번에 새로운 한국 사람들을 또 무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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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정확히 코트 변경 시간이 되자, 그(무례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방과 옷가지를 모두 챙겨서 코트를 비워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일도 아닌 것 처럼 보여졌지만 지난 몇 주간 나의 권리를 지키려고 싸웠던 일들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저는 그들이 한국 사람들 또는 제가 속한 테니스 팀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우를 저는 가만히 참지 않고 맞서서 표현을 해왔습니다. 물론 그냥 조용히 넘어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있다가는 지속적인 무시와 예의없는 행동이 멈추질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의없는 상대의 행동에 맞서서 이야기를 하거나 표현을 할 경우에는 물론 제 자신도 불편하고 힘들지만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지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결과가 다음 무례했던 사람들이 다른 한국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침묵하지 않고 표현한 것에 대해 결국 긍정적인 행동이었으며 나 이외의 다른 한국 사람들을 돕는 행동이라 여겨진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다음의 한국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결과가 다음의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경험들이 있으신가요?
- 작성: 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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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니다 이실장님! 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저는 일한 지 몇년이 지난 회사에서 아직도 제 이름을 잘못, 엉터리로 발음하는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맞서는 중입니다. 현재진행형이어요.
맞아요,이름…저도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요. 제가 누군가의 이름을 잘못 말하니까, 그 친구가 곧바로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안 나쁘더라고요, 그리고 얘들은 자기들의 이름을 이렇게 정확히 불리기를 원하는데, 나도 그래야 겠다, 해서 요즘은 처음 만나면 두번 세번 말해줍니다 ㅎㅎ. 화이팅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