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제적인 활동은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인듯합니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과외를 하면서 용돈 정도는 스스로 해결을 하였습니다. 대학생활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과외만 했었기에 용돈벌이 정도였지만 그것도 쓰고 남은 돈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적금, 예금 등으로 시작해 이런저런 것들을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은행 금리가 지금에 비할 바 없이 높아서 적금이나 예금을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후엔 우리나라 은행 금리도 점차 낮아지고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하고 저의 종잣돈도 커지면서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게 됩니다.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장기투자가 답인 것처럼 보입니다. 워렌 버핏조차 자기가 죽으면 유족들에게 미국 ETF를 사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또 10년 보유할 것이 아니면 10분도 들고 있지 말라는 조언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코스피는 긴 박스권(2009~2018년)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삼성전자를 사서 묻어뒀으면 강남 아파트 상승률보다 높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장기투자가 답일까요? 묻어두면 다 오를까요?
은행예금, 채권, 펀드, 주식 등을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접하는 도중 나름 장기투자가 돼버린 것들의 손익을 공유하면서 ‘무조건적인 장기투자’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미래에셋 브릭스펀드
2007년 한창 브릭스 펀드가 열풍이었습니다. 브릭스 인덱스 펀드를 적립식으로 모아갈려고 2008년 5월에 20만 원 브릭스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조짐이 심상치 않아요. 금융 역사상 기록될 만한 사건인 2008년 가을 리먼브라더스가 터지기 전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흔들거리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마음먹었던 적립식 계획은 1회 불입으로 끝났습니다.
2018년 5월에 가입하고 현재까지 4,783일 된 브릭스 인덱스 펀드의 상황입니다.
그 20만 원조차 2008년 리먼브라더스를 겪으며 크게 쪼그라들어 버렸습니다. 15년이 지나는 동안 제가 가입했던 브라질, 러시아 등의 주식시장은 이미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덱스 펀드는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을까요? 특정 펀드의 인기가 사그라들면 그 펀드의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다못해 이 미래에셋브릭스 인덱스증권자 투자신탁 1호는 2021년 6월에 다른 펀드에 흡수되 이름까지 바꿨다고 안내 메일을 받았습니다.
금액이 너무 작다 보니 미래에셋 홈페이지 들어가 환매 버튼을 누르는 시간조차 아까워 그냥 두고 있었으나 이젠 미래에셋에서 꼬박꼬박 펀드 수익률 안내 메일을 받는 게 더 귀찮아 4,783일째에 환매처리하였습니다.
2. 홍콩 주식 북경북진실업
2007년 정도에 2000주를 200만 원 정도에 샀습니다. 역시 지난 차트를 보니 2007년 최고점에 산 셈입니다. 당시 중국에서 부동산 붐이 불어 매수했던 종목이나 중국정부의 기업규제, 세계적 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2008년 폭락을 했고 현재 -80% 정도입니다. 15년 동안 아주 적은 배당금이나마 나오고 있으니 그냥 두고 있습니다.
3. OCI
네이버에서 10년 차트에도 나오지 않는 가격으로 매수를 했었으니 역시 10년 이상 된 주식이었습니다. 당시 태양광 에너지가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다~ 하면서 무섭게 치솟았던 주식입니다. OCI는 태양광 선두주자이자 국내 1위,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과도한 주가급등과 이후 폴리실리콘 공급의 공급초과로 가격 조정을 거쳤습니다. 최고점 50만 원 정도에 천만 원 정도 샀다가 작년 가을 정도 -90% (-900만 원)에 매도했습니다.
이제 이 정도로 제 장기투자의 흑역사는 마무리하고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밟는 격의 의외의 장기투자 열매도 공유해봅니다.
4. LG화학
OCI 살 때 역시 20주 정도 1000만 원 정도에 매수하였습니다. 10년이 넘는 보유기간 동안 -60%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전기자동차 이슈로 핫해지면서 100만 원 근처까지 올랐었습니다. 약 500만 원 정도의 차익을 남기고 현재는 전부 매도한 상태입니다.
5. 홍콩/중국 주식 BYD
현재 트레이드 리퍼블릭에서 살수 있는 BYD와는 다른 홍콩시장에 상장된 주식 BYD를 리먼브라더스 사태 지나고 2000주를 매수하였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로 초기엔 워 렛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했습니다. 10년여의 기간 동안 워 렛 버핏이 팔았다는 뉴스가 들리면서 크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늘 40-60HKD (홍콩달러)의 가격대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작년 전기자동차 테마가 부각되면서 290 HKD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170HKD까지 떨어지다가 현재는 230HKD까지 회복했습니다. 매년 배당금을 받았으며 제가 산 가격보다 5배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10년넘게 강제 아닌 강제 장기투자를 하게된 것들은 위 5개입니다. 비중이 3개가 마이너스였으나 나머지 2개에서 수익이 나 결과적으론 나름 크게 얻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2008년을 기점으로 제 예금/적금, 펀드, 주식 등의 투자는 길면 2-3년 짧으면 며칠~몇 주에 정리하기도 하는 방법으로 바뀌었습니다. 직업, 가족/육아 등의 문제로 늘 바빠 관련 정보를 얻어 그때그때 상황 정리와 예측을 하기도 힘들었고 펀드든 주식이든 내가 살 당시에 좋은 주식, 가치주/우량주를 골랐다 하더라도 어항 속 금붕어처럼 어항 자체가 바뀌거나 어항이 깨지면 그 아무리 좋은 금붕어라도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전문 투자가도 아니고 금융 관련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은 저처럼 정보를 얻는 데에 한계가 있고 직업, 육아 등의 생활이 있어 투자에 집중할 시간도 현저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좋은 기업, 우량주에 장기투자해야 한다고 어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주식, 원자재, 금리, 채권, 금/달러, 환율 등뿐 아니라 기업의 주가는 그때그때의 산업 상황과 국제정세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내가 들고 있는 기업의 주식이 10년 후 혹은 30년 후 삼성전자로 성장할지 혹은 상장폐지될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펀드 또한 미국의 어떤 펀드들은 수십 년 지속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펀드, 금융상품들은 몇 년간 반짝 인기 속에 집중 운영되다가 투자회사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기도 합니다.
수익을 내고자 투자를 했다면 매일매일 뉴스와 정보를 쫓아보기는 어려워도 내가 투자한 자산들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앞으로의 대응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은 필요합니다.
작성 : 무쏘뿔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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