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최대한 미뤄
결혼 전 내 주위의 많은 유부녀들은 결혼을 최대한 늦게 하라고 권장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그녀는 ‘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 바뀔 거야’라며 착잡한 미소를 짓곤 했다. 그녀는 남편을 심각할 정도로 존경하고,
너무나 예쁜 아이를 뒀음에도 현실이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많은 연애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놀지 못한 것에 대한 서러움일까? 나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깨닫지 못했다. 그냥 그런 것은 케바케 사람마다 다를 거라며 넘기곤 했다.
즐길 거 다 즐기고 결혼해
똑같은 일상에 사랑하는 사람 하나 더 생긴 거 아닌가? 누군가 나와 같이 살게 된 것 빼곤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내 인생은 결혼 전, 결혼 후로 나뉘는 듯하다. 행복한 것도 있고, 조금은 슬픈 것도 있다.
오늘은 슬픈 것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친구를 자유롭게 못 만난다
결혼한 지 2개월 만에 친구를 만났다. 결혼하고, 신혼여행 갔다가 이사도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가더라. 친구는 원래 2주에 한 번씩은 봤는데 결혼하니까 2달에 한 번씩 보는 거냐고 서운해했다.
조금은 미안했지만, 지금이라도 봐서 행복한 게 더 컸다.
만나는 것도 만나는 건데, 사실 시간 제약이 크다. 점심쯤 만나면 보통 친구들을 저녁 8시-9시까지 만났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저녁 전에 들어간다. 남편과 밥 먹어야지, 이런 생각도 크다.
둘째, 이직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든다.
결혼 전에는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당당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몇몇 회사에서 결혼 여부와 자녀 계획을 물어봤었는데 그때마다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결혼’, ‘자녀’를 묻는 건 불법이 된 지금 나는 그 사이에서 많은 눈치를 본다.
또한 안정적인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에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도전들은 망설이게 됐다.
셋째, 명절은 더 이상 쉬는 날이 아니다.
결혼 전에는 명절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명절=쉬는 날>이라는 명제가 너무 명확해서 앞뒤로 휴가도 내고 친척들이랑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결혼 후 명절은 (사실 코로나로 인해 이번에는 못 모였지만) 조금은 무서운 날들 중 하나이다. 나는 요리를 유튜브 없으면 못하는 사람인데 괜한 실수를 할까 두렵다. 앞으로 다가올 명절들이 마냥 좋지는 않다.
이제 좋은 점을 말해보자면… 쩝… 잘 생각은 안 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평생 함께한다는 사실 정도? (ㅎ 농담이다)
좋은 점도 정말 많지만, 결혼이라는 제약이 생기니 사실 답답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앞으로 결혼의 장점들을 하나 둘 더 찾아보고, 발견한 것들에 감사하려고 한다.
그래도 아직 결혼 안 하신 분들은 최대한 늦게 결혼하셨으면 좋겠다. 후회 없이 놀다가 결혼하셨으면…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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