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서 부부로 바뀌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매일 본다’는 사실이다. 흔히들 ‘여자 친구가 다 놀았는데 집에 안 가요’ ‘남자 친구가 집에 안 가요’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한다. 나도 그들처럼 웃어넘기고 싶지만, 집에 안 간다는 건 꽤나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특히 부부의 스트레스는 서로를 향하는 경우가 많다.
연인일 때는 각자의 일상에서 공유하고 싶은 것만 보여줬다. 진짜 즐거운 일, 진짜 힘든 일이 아니고서야 연인한테 다 말하지는 않았다. 연인일 때는 거의 전화 통화하는 일이 많았는데 회사에서 돌아와 쉬고 싶은 날에는 통화를 다음 날로 미루기도 가능했다. 가끔 통화하며 싸우는 경우는 대부분 회사일에 지쳐서 서로에게 예쁜 말을 해주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화해할 때마다 ‘어제는 좀 피곤해서 그랬어’ ‘어제는 회사 때문에 예민해서 그랬어’로 마무리됐다. 이랬던 우리가 결혼을 했다.
여느 때처럼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혼자 있고 싶은 날에 누가 옆에 있다. 그러면 신경이 곤두서면서 더욱더 예민해진다. 아내가 음식을 많이 하는 것이 거슬리고, 남편이 반찬을 꺼내는 사이 냉장고 문을 길게 열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일도 오늘은 온몸의 감각이 깨어난 듯 잔뜩 예민해진다. 그리고선 한 사람이 말을 날카롭게 하면 불이라도 붙은 듯 크게 싸운다.
말 그대로 밖에서 당한 걸 안에서 푸는 거다.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혼자서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겠는데 붙어 있으니 원 풀 방법이 없다. 서로를 더 예민하게 만들 뿐.
우리는 왜 밖에서 당한 걸 안에서 풀까?
밖에서 당한 걸 안에서 푸는 건 안 좋은 거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친구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거리상 고립되어 있는 우리는 서로를 향해 풀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통화로 풀거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게 없기도 하다. 특히 나의 경우는 요즘 도무지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쌓여 있으니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들이 나간다.
이런 우리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니 참 안쓰럽기도 하다.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법
그럼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당한 걸 서로에게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지혜롭게 풀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자
밖에서 당한 걸 안에서 풀더라도 자신의 감정만 고려해서는 안된다. 갑자기 당하는 이가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나 오늘 회사에서 좀 힘들었어’
‘오늘 좀 지치는 기분이 드네.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자신이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사실을 시그널로 보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상대방도 시그널을 받아들여 너그럽게 이해하는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이 시그널을 사전에 받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폭격에 상대방은 감당하지 못한다.
2. 진심으로 사과하자
혹여 상대방에게 심하게 화풀이를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회사 때문에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고, 충분히 설명한 뒤… 아무리 그래도 화풀이는 아니었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 그것이 부부 관계에 좋다.
밖에서 당한 걸 집에 와서 푸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걸 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정말 내 멋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그 감정이 나오기 전에 상대방에게 보호막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상처로 인해
상대방을 영원히 잃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싸울 시간에 서로를 사랑하고 싶다.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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