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항상 같은 놀이터를 가는 것이 재미있을까?
매번 새로운 놀이터를 가는 것이 재미있을까?
둘 다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같은 놀이터 이야기를 해 본다.
우리는 보통은 집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는 놀이터를 자주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나는, 어린이는 계속해서 성장해 가고 변해가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 구름다리 (2018년 5월 20일)
9개월 전, 강민이는 저 구름다리 근처에도 가지 않았었다. 본인이 할수 없는,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주일 전, 저 위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고, 오늘은 처음으로 저 구름다리 위로 건너가는 걸 보았다. 굉장한 도전에 나는 박수를 보냈다.
그 후로는 한 단계 더 올린 도전을 한다. 구름다리에서 떨어지는 높이, 하강높이가 높아졌다. 짧은 구간은 끝까지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긴 구간은 중간에 손을 놓고 아래로 떨어지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굉장히 높은 지점에서 하강하는걸 도전하고, 성공하더니 아주 큰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에 담긴 그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어서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짚로프
9개월 전, 처음 짚로프를 탔을때는 내가 항상 밀어주며 태워주었다.
어른의 힘으로 밀어줘야 세게 나가고, 끌어오는 것도 힘드니까, 당연히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는 몇 번 태워주고 나서 힘이 고갈되어버리니 아이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면 재미없다하고,.. 하나도 못놀았다고 하고….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 몇 번 타고 난 기분처럼 오래가지 못하는 재미인 것 이다.)
그러다 어느날 강민이보다 더 어린 여자아이가 끙끙대며 혼자 끌고 와서 혼자서 올라가서 타는 것을 보았다.
아차! 그래, 자신의 능력만큼 도전해 보고, 이뤄내고 , 실패도 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놀이인 것을..
내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그 다음부터는 혼자 타게 두었다. 투덜투덜 불평을 했지만, 그냥 타더라는……
가끔씩 힘센 아빠들이 와서 세게 밀어주는 걸 보고 부러워서는 몇 번 부탁을 하기는 했었다.
나도 가끔 같이 타기도 하고, 지그재그로 세게 두 어번 밀어주기도 한다.
- 철봉
학교 또는 공공 놀이터에는 종종 1단 또는 3단 철봉이 있다.
철봉은 그 자체로는 화려하지도 않고, 재미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단순한 기구는 아이들에게 만만하게 시도 해 보고, 다양하게 주무르며 놀 수 있는 기구인 것이다. 즉, 몸으로 직접 놀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아마도, 철봉은 구름다리로 가기 전의 준비단계 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려하지 않아도 낮으면서 만만한 쉬운 철봉!
아이는 매일 매일 자라고, 할 수 있는 힘과 능력도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그로 인해 도전하고, 성공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그래서 동네의 같은 놀이터는 절대로 같은 놀이터가 아닌것이다.
도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새로운 높이, 새로운 놀이를 계속 찾으며 함께 노는 친구가 다르면 노는것도 항상 다르다.
내 아이가 항상 같은 놀이기구만 탄다고, 거기서만 논다고 탓하거나, 저것도 해봐라, 저기 가서 놀아봐라, 지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는 그것을 집중해서 마스터 하는 중이니까.
걱정 할 필요없다. 그 곳에서 충분히 놀고나면, 본인이 준비가 되면 반드시 다음 단계로 탐험하게 될 것이다.
Tipp:
놀이터에서 엄마의 역할
아이에게는 엄마가 놀이터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엄마나 아빠가 자신의 일을 하며 앉아있으면 된다. 다른 어른과 이야기하거나 뜨개질 하거나, 책을 읽거나, 나만의 또다른 자유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놀이터 가자는 아이의 조름이 귀찮게 느껴지 않을 것이다.
놀이터에서 엄마가 해 줄 반응이 있다.
가끔씩 어디서 놀고 있는지 쳐다보면서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고,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으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면 되고, 엄청난 도전이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을땐 엄지척! 더욱 더 encourage 하고 싶다면 물개 박수를 보내주면 된다.
“ㅇㅇ야,~ 해냈구나! 멋지다!”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엄마 사랑이 담긴 이 한 마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일일이 지켜보고, 계속해서 칭찬하고 코멘트를 하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칭찬 받고 싶어서 그 반응을 받아내기 위해서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정으로 즐기는 놀이가 될 수 없다.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 응원의 메세지나 문의를 아래 댓글창에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겨주시면 작가님께 메세지가 직접 전달이 됩니다.
ⓒ 구텐탁코리아(http://www.gutentag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