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가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어떤 기대감에 매일 놀이터에 가고 싶어할까?
그동안 내가 보고 느낀 결론은,
같이 놀게 될 친구를 기대하면서 간다
엄마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의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모든 아이들은 각자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있다.
놀이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달려가는 쪽이 그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이다.
내 아이에게 그것은 [그네]다.
어디서든 보이기만 하면 달려가는 그네!
서서타고 같이타고 누워서 타고
하지만 그것은 놀이의 긴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내 아이의 성격은 먼저 다가가서 같이 놀자고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놀면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걸 바라보고.. (누구와라도 같이 놀고 싶은 심정이 눈빛에 다 드러남..)
심심하다고 말한다. 재미없다고 말한다.
(심심해야만 어떻게 놀까 궁리를 한다. 부모가 보기엔 안쓰러울 수도 있겠으나,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나랑 잠깐 축구를 하고 나서도, 탁구를 함께 치고 나서도.. 시소를 함께 타고 나서도.. 자동차 장난감이 있어도..
그 때 잠시일뿐, 다시 심심하다고 말한다.
정말 원하는 것은 놀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 인 것이다.
가끔 아이들이 그네, 시소 등을 타지 않고 여기저기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의 관점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겠지?
“놀이기구를 타고 놀아야지, 왜 빙빙 돌면서 주변에서만 노는거야? 아이 참나!
안되겠네! ㅇㅇ야, 저기 그네 비었다, 얼른 가서 타! “
그러면 아이는 무슨 생각의 중간 쯤에 있었을테지만, 무의식적으로 엄마말대로 하게 된다.
생각이 자라나고 있던 순간이 잘려버린 것이다..
아이들의 관점에서는 플랫폼, 구름다리 등은 잡기놀이를 하면서 아주 잘 이용되어지는 장애물로서 부속물 놀이기구가 된다.
오늘은 다행히도 옆집 여자아이들이 놀이터에 와있다. (7살 마틸다와 9살 밀레나)
서로 짧게 인사를 하고는 무심한 듯 처음엔 각자 논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흐르고, 서로의 놀이모습을 관찰 한 후에 말을 걸기 시작한다.
“잡기놀이할래?(Fang spielen?) “
“그래! (Ja!?) “
“누가시작?“ (Wer wird anfangen?)
“나 (Ich!) “
그때부터 술래잡기 놀이는 2시간동안이나 이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뛰는게 아니라, 빈둥대기도 하고, 잡기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고, 다른 애들 노는거 구경도 하고, 숨어있는 길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이럴때, 부모는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본인의 일(?)에 집중하거나 오랜만에 멍하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거나 다른 부모와 이야기 하거나…일명 ‘자유시간’ 을 가지면 된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며 논다..
오늘은 햇살이 좋지만 바람이 불어서 모래가 훌~훌~ 날아와 노트에 쌓이고..얼굴에 마구 흩뿌려져서 어적어적하다.. 그래도 내 아이가 땀나도록 뛰어노는걸 바라보는 즐거움은 입안에 씹히는 모래마저도 그냥 삼키게 만든다. 놀이터에서 노니까 좋다.. 어른도 놀고, 아이도 놀고!
부모가 놀이터에서 꼭 같이 놀아줘야 하는 게 아니다. 아니 놀아주지 않고 그냥 놀게 두는 것이 좋다.
그저 부모가 한 자리에 자리잡고 앉아 있으면, 아이는 참새처럼 가끔씩 와서 물 마시고 가고, 공 가지고 갔다가 다시 와서 놓고 가고, 특별히 말하는 것도 없다. 소변이 마려우면 수풀 사이로 가서 누고 온다. 아니 누고 간다.
한번은 와서 말한다.
“음.. 모하고 놀지 모르겠어.. 마틸다도 모르나봐…………..”
그리고는 잠시 후에 휙 가버린다.. 특별히 그에 대해 뭐라 대답할 생각도 없었지만, 아이도 대답을 기대하고 말한게 아닌 것이다.
여기서 또 한 번 느꼈다. 아이의 말에는 잠깐 기다렸다가 나의 말을 하는게 맞다는 걸..
(잠깐 생각하고 기다리길 잘했네~^^;)
더 할말.. 연결하려는 말이 있을 수도 있고, 어느 경우엔 대답을 안하는게 나을 때도 있다.
이럴땐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엄마는 미소를 살짝 띄우고~(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엄마표정)
그리고 가서는 빈둥대다가 또 논다..
기특하다..아마도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말이 잘 안통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해서 답답할텐데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더욱 고맙다.
(아마도 이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본능인 듯 하다.)
강민이는 지금 많이 배우고 있다. 놀고 있다. 놀면서 배우고 있다.
마틸다와 밀레나는 집으로 갔지만 놀이는 멈추지 않았다. 너무나도 반가운 반응이다.
“엄마..친구들 갔…나 이제 모하구 놀아? 누구랑 놀아?”
이게 보통의 반응인데…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좀 놀더니 새로운 친구들과 또다른 놀이를 시작한다.
공차기->그물에서 잡기놀이->공으로 맞추기 등.. 언뜻보면 내가 아는 피구 같은데, 그려진 네모 공간이 아닌 자유롭게 아무데나 도망가고 움직이고 논다.
아이들 여럿이 모이면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서 노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토론하고, 의견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고 거절을 받아들이고,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하고 있는 일인데, 어른이 된 나이에도 잘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어릴 적에 실컷 놀아보지 못해서일까?
짚로프를 타고 가며 도망가는 녀석, 그녀석을 맞추려고 조준하면서 공을 던지는 녀석, 터널 속에 숨어 있다가 결국은 공에 맞는 녀석, 네살쯤 되어 보이는 다리가 짧고 느린, 그러다보니 자꾸만 금방 공에 맞고 잡히는 어린녀석,
보니까.. 4살, 6살, 8살, 10살 정도 아이들이 섞여서 놀고 있다… ‘아미가’ 소리가 들리는거 보니 스페인녀석도 있는 것 같고..
참 즐거워 보인다. 그래서 나도 즐겁다..
이렇게 놀이터에 같이 오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여유로운 순간을 갖게 되는 데에 감사한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 되면 놀이터가 텅 비겠지? 우리도 배꼽시계가 울리면 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목욕으로 모래를 씻어내고 쉬어야겠다..
오늘도 특별할 것없이 평범한 하루였지만 편안하고 기분 좋은 것으로 충분하다.
내 아이는 내일도, 아니 오늘 저녁에도 또 놀이터에 가자고 하겠지? 어떤 친구들과 놀게 될지를 기대하면서
- Tip!
부모가 같이 놀아주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어울려 같이 놀게 되지 못한다.
부모는 멀찌감치 앉아서, 모른척, 무심한척, 안보는 척하고 자신의 할일에 집중하면 된다.
그래야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 수도 있고, 혼자만의 놀이시간도 갖게 된다.
놀이터에서의 위험은 계속해서 바라본다고 방지되는 것이 아니다.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감지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오늘도 친구랑 놀기 위해 놀이터에 간다.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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