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나만 그런가?
나는 신발끈이 잘 풀린다. 아니, 내 신발은 끈이 자주 풀린다고 해야겠다.
독일에 살면서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인 것 같다.
저기요, 당신 신발끈이 풀렸어요~
슈퍼에서도, 기차역에서도, 서점에서도, 도서관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보이기만 하면 누구나 말해준다.
네, 고맙습니다. 하고 다시 동여매고 걸었다. 그런데 그게 어느새 또 풀렸는지…
저기요, 당신 신발끈 풀린 거 알고 있어요?
가끔은 내 손에 들고 있는 짐이 많아서 그냥 풀린 채로 걷고 있는 건데….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거다…
”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고마워요.”
왜냐하면, 그 말을 해 준 사람은 내가 신발끈을 똑바로 묶을 때까지 쳐다보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더 있다가 묶을 거고….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인데도 신경 써줘서 고마웠다. 그러다가 좀 지나서는 10분에 20명이 말할 정도로 귀찮을 정도여서, ‘아니, 내 신발끈이 그들과 무슨 상관이라고, 좀 냅두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당신 신발끈이 풀려있어요.
라고 말해주고 있는 내 모습에 문득 깨달았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보기에 신경쓰여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풀린 끈을 밟고 넘어질까봐 염려가 되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전혀 모르는 타인이 자신의 풀린 신발끈을 밟고 넘어질까봐 걱정 해 본 적 있나요?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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