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Eun,
‘코로나 지나가면’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또 한철의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그렇게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긴 여정이었음에도 우리는 조금씩 불투명했던 미래에 백신이라는 희망을 조금씩 싣고 있는 중이야.
외국인으로서, 학생으로서 독일에서 이토록이나 빨리 백신을 맞게 된 건 맞아 정말 감사한 일이야. 내가 이토록 빨리 맞을 수 있게 된 건 나도 백신 우선순위 대상이었기 때문인데,
백신 최우선 순위 대상을 알아보면
1 80세 이상
2 입원 및 치료가 필요한 대상을 치료하는 그룹, 혹은 그 대상
3 외래 간호사
4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의료 시설 전문 의사
5 면역 저하 환자
다음 우선순위 대상
6 70세 이상
7 21번 염색체 또는 탈리도마이드 손상이 있는 사람, 장기 이식 후 치매 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
8 치료가 필요한 암환자, 합병증, 당뇨병, 비만환자
9 앞서 말한 질병 및 장애 중 하나가 있는 사람들의 가까운 접촉자 최대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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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보육 시설, 학교 또는 특수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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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등등..
나는 그중에서도 15번에 해당해. 내가 현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 문화센터에서 봉사자 자격으로 백신 접종을 맞을 수 있는 대상 그룹 증명서를 얻게 됐어.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시설을 방문하지 않는 봉사자에게 권한을 주냐 마냐를 두고 짧고 굵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들에게까지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지.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증명서를 얻은 기쁨도 잠시 백신 일정을 얻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크게 두 가지 경로를 이용해 백신 접종 신청을 할 수가 있어.
1. Hausarzt : 가정의/주치의를 통한 신청
2. Impfzentrum : 예방접종 센터
https://www.impfterminservice.de/impftermine
독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인 주치의가 있고, 그들을 통해 백신 접종 신청을 할 수 있어. 주치의가 없었던 나는 가장 먼저 병원에 전화를 해서 등록이 가능한 지부터 알아봐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의 어려움을 겪었어.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든 병원이 만원이었고, 더 이상의 환자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야. 황당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한 곳에서 등록 일정을 잡을 수 있었어.
기약 없는 기다림, 내 차례가 올 수 있을까
결과야 어찌 되든 일단 나의 새로운 주치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기뻤어. 약속된 이른 아침 병원을 향했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작은 병원에서는 곳곳에서 Impfung(예방 접종)이라는 단어가 들려왔어. 내 차례가 되어 담당의를 만나니 그녀는 무척이나 지친 얼굴이었고 내 입에서 접종 신청이라는 말을 듣자 미동 없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
하지만 친절했던 여의사는 나에게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의 리스트에 서는 대신 중앙 접종센터를 이용하길 추천했어. 중앙 예방 접종센터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시도했던 나에게 그녀의 권고는 다소 회의적으로 들렸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진심임을 알겠더라. 여의사에 의하면 병원에서는 백신의 양이 한정적이라 내 차례가 언제가 될지 확답할 수 없지만 예방접종 센터를 이용하면 타 지역에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하루 만에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고 했어.
중앙 예방 접종 센터를 이용하니 백신 일정 획득에 성공했다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나는 하루 종일 새로고침을 이용해서 예방접종 홈페이지를 클릭했어. 수업 중에도 멈추지 않았고, 잠들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클릭했어. 결국 나는 월요일 오후 11시쯤 다른 지역에서 백신 접종 일정을 얻을 수 있었고, 그날은 이틀 뒤인 수요일이었어. 시도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백신 일정을 잡다니 정말 놀랍지 않아?
수요일 오전 7시 기쁜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고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어. 백신 접종 센터는 컸고, 안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들이었어. 입장부터 확인 절차, 그리고 백신 접종 칸막이 이동까지 총 네 단계로 진행됐어. 백신 접종 최종 단계 확인에서는 의사들이 진행을 도맡았는데 유쾌한 웃음으로 긴장을 풀어줬어. 백신을 맞은 접종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15분 휴식 후 귀가하도록 되어있었는데 이는 어지러움증 및 기타 증상을 예방하기 위함이야.
(백신 센터에서 안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들인데 이는 코로나 시기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한 정부의 작은 노력으로 센터뿐 아니라 시내 곳곳 설치된 schnell Test: 코로나 빠른 검사 장에서도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생들이야. 이런 것들을 보면 독일은 학생들을 향한 배려 및 정책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돼. )
백신 후유증, 피로감
15분이 지나고 다시 기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며 수업을 들었는데 백신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피로가 나를 덮치더라. 결국 나는 그날 하루, 그리고 다음날까지 아주 오래 침대를 벗어날 수가 없었어. 눈을 뜰 수 없는 그런 피로는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
내가 맞은 백신은 BioNtech인데 한국에서는 화이자(Pfizer)로 유명해. 그 외 대표 다른 백신의 종류로는 2.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 3. 모더나 Moderna 4. 존슨 앤 존슨 Johnson & Johnson 이 있어.
5월 30일 기준 독일 국민 백신 접종 비율 :
백신 별 접종 비율 :
2차 접종일은 1차를 맞고 정확히 6주가 지난 6월 23일이야. 2차 접종 후에는 피로와 더불어 아픔마저 온다고 하니 조금은 걱정도 돼. 하지만 접종 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걸로 나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1차 접종을 맞고 난지 약 3주가 지난 지금 현재 백신 접종 상황은 많이 달라졌어. 독일 전체 국민의 43프로가 1차 접종을 완료했고 상당한 수의 국민들이 2차 접종을 완료했어. 독일인들 뿐만 아니라 교환학생으로 지내고 있는 한국인 학생들도 접종 일정을 얻을 수 있게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고 있어.
지난 주말에는 Tübingen이란 곳을 다녀왔는데 관광도시로 유명한 그곳은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어. 도시 곧곧에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설치되어 있었고, 15분이 지나고 결과를 얻게 되면 그 증명서를 가지고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에 들어갈 수 있었어. 선선히 불어오는 초여름의 날씨 속 끌어 오르는 내면의 두근거림 때문이었는지 신나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더라. 오래간만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맥주를 사 잔디에 오래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 잠깐이었지만 일상의 작은 행복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어.
‘코로나 때문에’ 망가진 일상의 것들뿐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새롭게 깨달은 것들이 내게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와. 세계 시민 모두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이 거대한 과제가 이제는 아주 조금씩 풀려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그동안 잘 견뎌준 우리 모두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어. 아마도 다가올 앞으로의 나날은 ‘코로나 이전 세상’과 결코 같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더 괜찮은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잖아.. 🙂
언니,
느리지만 천천히 나아지는 세상 속에 우리의 오늘을 살자. 그리고 건강하자 🙂
- 작가: 물결 / 예술가
독일에서의 삶을 기록하는 예술심리치료사. 재미있게 사는 것이 좋은 사람.
- 본 글은 물결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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