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잡화점을 가면 어디든 꼭 있는 코너가 돼지 저금통 코너인 것 같다.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돼지 몸통에 적혀 있는 글자도 제각각 다르고, 색깔도 여러 가지다. 처음 이 돼지 저금통을 만났을 때에는, 한국과 같은 돼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에, 저금통은 전 세계 공통으로 돼지 모양인가, 별 생각이 다 나며 정말 신기하였다. 돼지가 복을 불러다 주고, 돈을 불러다 주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귀여워서 돼지 모양인가. 아무리 그래도 한국과 일본, 혹은 중국이 같다면 같은 동아시아여서 문화가 비슷하기에 그런가 하지만,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문화도 많이 다른 독일에서 공통적인 돼지 모양을 하고 있는 저금통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돼지 저금통의 기원을 알고 싶었지만 그 시작에 대해 다들 유추만 할 뿐, 단지 제각각의 전해 내려 오는 이야기밖에 없어 더욱 신비감이 느껴졌다.
한국에서 어릴 때 사용하였던 빨간색 혹은 초록색 등의 한 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동전을 꺼낼 때에는 배를 칼로 잘라서 뜯어야 하는 돼지 모양의 저금통이 나에게는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기에 이렇게 알록달록 이쁜 돼지 저금통을 보고 있으면 사치스럽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다. 물론 세월이 지날수록 한국에서 파는 저금통도 귀엽고 일회성이 아닌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게 뚜껑 혹은 몸통과 머리를 분리시켜 안에 든 돈을 뺄 수 있게 만든 실용적인 저금통도 많이 생겼지만, 요즘 다들 카드로 결제하는 한국에서 저금통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용하는 사람도 많이 없을 것 같고. 그에 비해 아직도 카드보다는 현금 거래를 많이 하는 독일에서는 저금통이 유용하리라. 유로는 동전도 무겁고 1센트부터 2유로까지 8가지의 동전이 있어 한 번 모으기 시작하면 모으는 재미가 아주 쏠쏠할 것 같다. 거기다 독일의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이 돼지 모양 저금통은 정말 볼 때마다 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모양뿐만 아니라 돼지 몸통에 새겨진 글자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예를 들어 50살의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의 선물로 몸통에 ’50’이 적혀 있는 돼지 저금통을, 혹은 집을 구매하기 위한 저금용으로 ‘Haus’, 결혼식을 위한 저금용으로 ‘Hochzeit’, 생일 축하의 의미를 담은 ‘Happy birthday’, 쇼핑에 미친 사람을 위한 ‘Shopping queen’ 등 세겨진 글자부터 저금통의 크기, 색깔, 돼지 얼굴의 표정까지 모두 다 다르기에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이 정도면 집에 장식용으로 가져다 두어도 이쁠 것 같아 구매욕구에 또다시 불이 붙는다.
그래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보단 이렇게 돼지들이 모여 있는 게 가장 이뻐 보이겠지, 라는 생각에 오늘도 한 마리를 집었다가 다시 두고 돌아왔다. 언젠가 내 마음에 쏙 드는 돼지 저금통 한 마리가 보이면 그때는 지체 없이 데리고 오리라.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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