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베를린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있었던 베를린시의회와 구의회 선거 모두 무효이며, 90일 이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베를린은 독일 역사상 선거 결과를 전면 무효 처리하고 재선거를 치르게 된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얻게 되었습니다.
선거준비 미흡에 투표 중 사건사고 잇따라
2021년 9월 26일에 있었던 지난 베를린 지방선거는 어수선함과 혼란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2,000개의 투표소 중 255개의 투표소에서 투표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가 계속 진행되었으며, 선거 당일 투표용지를 분실해 83시간 폐쇄된 투표소가 있는가 하면, 2곳의 투표소에서 참여자 중 40%가 부적격 유권자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서 선거준비 미흡으로 인해 1,000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선거 이후, SPD와 녹색당, 좌파당 연립정부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SPD 후보였던 프란치스카 기피(Franziska Giffey)가 시장에 취임한 뒤에도 투표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베를린 헌법재판소는 지난 지방선거의 유효성을 재검토했으며, 이 과정에서 SPD를 포함한 연립정부는 431개의 베를린 선거구 중 문제가 발생한 일부 선거구에서만 재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유와 보편성, 선택의 평등 원칙을 침해한 지난 지방선거, 모두 다시 치러져야
그러나 베를린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지난 선거 결과가 모두 무효이며, 90일 이내에 베를린의 모든 선거구에서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선거에서 오류가 많이 발견되었고, 심각한 정도가 커 최소 20,000~30,000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선거구에서만 선거를 반복하는 것은 합헌적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판결의 법적 해석에 대해서 “부분적인 재선거는 특정 시점에 전체 선거 결과가 국민의 의지를 획일적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고, “일부 유권자만 재선거를 치를 경우, 소수의 유권자가 결정권을 부적절하게 큰 비율로 행사하게 되므로” 전체적으로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선거를 통해 선출된 147명의 시의원과 독일 통일 이후 첫 여성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기피 시장도 재선거 이후의 거취를 점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선거 무효를 발표하기 이전, 시의회에서 의결한 모든 법률은 선고 이후에도 유효하며, 시의원과 시장은 재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존의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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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선거는 “베를린에 주어진 두 번째 기회”
베를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내년 재선거는 늦어도 3월 28일 이전(90일 이내) 일요에 치러져야 하며, 현재 2월 12일이 유력한 선거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재선거 일정에 야당은 연립정부를 맹비난하며 벌써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CDU 사무총장은 베를리너 짜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기피 시장과 가이젤 상원의원의 심각한 패배”라고 밝혔으며, 원내대표인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또한 “SPD와 녹색당, 좌파당이 민주적으로 선거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말하며 재선거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FDP의 원내대표인 세바스티안 체자(Sebastian Czaja)도 이번 재선거 결정에 대해 “우리 도시에 무능함의 기념비”를 세웠다고 비난했으며, AfD 원내대표는 “베를린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기피 시장과 대부분 SPD 소속인 내무부 상원의원들은 “재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지난 선거가 혼란스러웠던 점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작성: 독일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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