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일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자평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일까요? 처음엔 생소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독일스러움이 세월이 지나며 나도 모르게 익숙해집니다. 적응력에 따라 시기는 다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온 우리가 독일 사회에 이제는 녹아들었다 느끼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익히 들어 진부하지만 다음의 7가지는 독일 적응의 지표로 삶을 만 합니다.
1. 일요일은 없다
일요일에 호사스러운 쇼핑은 독일에선 불가능합니다.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는 독일의 일요일은 기차역이나 주유소의 작은 상점 만이 소비 욕구를 해결할 유일한 장소입니다. 본래 종교적 요구사항이었던 일을 하지 않는 ‘주일’은 이제는 가족과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휴일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일주일은 6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동 잔디깎기, 세탁기 빨래 같은 가사노동은 독일 국민 모두가 노동 없이 쉬어야 하는 ‘일요일 규칙’에 어긋납니다. 그리하여 일요일은 그냥 이유있게 쉽니다.
2. 모두가 나를 응시한다
테라스의 윗집 할머니가 나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길 건너편의 아이가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독일인의 강렬한 눈 맞춤은 자칫 이방인인 우리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인의 응시 습관은 의사소통을 위한 가장 원초적 방식입니다. 특히 독일의 운전자와 보행자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양의 눈 맞춤을 통해 서로의 진행 의사를 확인합니다. 우리도 기나긴 연습이 필요했지만 ‘응시’가 나와 그들을 향한 ‘도발과 감시’가 아님을 이제는 압니다. 카페에서 혹은 거리에서 누군가와 몇 초가 서로 쳐다본다면 째려보지 않고 할로우라고 말한다며, 상대방은 금새 웃으면서 할로우로 답할 것입니다.
3. 현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
21세기 모든 독일의 상점과 식당에서 신용 카드 지불을 수락한다고 생각하면 낭패입니다. 오랜 현금 선호 국가중 하나인 독일은 전방위적 신용 결제 시스템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결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합니다. 집 밖을 나설 때는 항상 지갑의 현금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집 앞 슈퍼마켓에 갈 때에도 1유로 동전을 잊지 않습니다.
4. “Wie geht es dir?”에 심각해지는 친구
어렵게 사귄 독일 친구나 학부모를 만나 간단히 “Wie geht es dir?”라고 인사를 건네면 왜 자신의 재정 상황, 건강, 사생활에 대한 장황한 푸념을 열거하는지 궁금했을 것입니다. 독일어 교재의 첫단원이자 문법적으로 완벽한 ‘기초 독일어 안부 인사’는 독일에선 공손하며 진지한 질문입니다. 대화와 토론을 사랑하는 독일인과 긴 대화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면 “Hallo!”라고 말하고 웃으며 지나침이 현명한 인사법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
독일인이 증오하며 동시에 사랑하는 7가지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 같습니다. 미움, 증오, 혐오의 감정은 실제로는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특별한 공간을 차치하고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 누구보다...
소셜 스킬 업그레이드, 독일에서의 스몰토크 꿀팁
잡담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스몰토크. 하지만 잡담이라고 해서 그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몰토크는 내용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5. 독일인의 유머
심각한 표정의 독일인들은 스스로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웃는 것을 좋아한다 자평합니다. 독일식 유머는 문맥 때문에 웃음을 자아내는 묘사와 화법을 기반으로 합니다. 겉보기에 무뚝뚝하고 사뭇 진지한 농담은 듣는 이의 독일어 숙련도에 따라 인상을 찌푸리거나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어떠한 반응이든 독일인에겐 또 하나의 유머 발산 빌미가 됩니다.
6. 독일인과 축구
독일에서 축구는 일반적인 스포츠가 아닙니다. 축구는 독일인의 경제활동 외에 거의 대부분 시간을 책임지는 소중한 오락이자 예능입니다. 독일의 무미건조한 TV프로그램은 축구와의 시청률 경쟁을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하물며 삼대째 이어지는 지역 클럽에 대한 내리사랑은 종교와도 가깝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심오한 논쟁을 쉼 없이 펼치는 독일 아빠들의 대화가 어느 정도 해독이 되기 시작하면 허탈감이 밀려 옵니다. 이들의 심각한 대화는 대부분 ‘바이에른’으로 시작해서 ‘샬케’로 끝납니다.
7. 3 PM은 2:55 PM을 의미합니다(3:05 PM 절대 아님)
규칙과 시간 엄수를 중시하는 독일인과 원활한 교류를 하고 싶다면 이를 준수해야 합니다. 약속이나 회의에 항상 5분 일찍 도착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자세가 성공적인 독일 정착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친구를 만날 때 정시나 2분 정도 늦는 것은 괜찮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입니다. 독일 사회의 이런 ‘시간 강박증’에도 불구하고 느려 터진 일처리로 매번 20분씩 기다려야 하는 우리는 오늘도 기꺼이 참고 인내합니다.
이 모든 것이 특별할게 없다면 당신은 이미 ‘반 독일 사람’입니다.
작성: 오이스타
ⓒ 구텐탁코리아(http://www.gutentag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