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역에서 코로나 대책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2020년 4월 슈투트가르트에서 일어난 첫 시위 이후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다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정체는 측면 사상가(Querdenker)입니다. 이제는 시위 참가자를 괴짜 취급으로 끝낼 수 없는 규모가 된 현재, 이 단체가 성장한 과정부터 주장하는바, 향후 어떤 파장이 우려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측면 사상(Querdenken)?
측면 사상 또는 수평 사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는 1967년 의사이자 인지 과학자였던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가 처음 제시했습니다. 그는 고정된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리켜 측면 사상이라고 칭했습니다. 비선형적인 사고방식을 뜻하기도 해, 반대어로는 선형적 사고, 수직적 사상이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다
측면 사상이 기존 틀에 벗어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방식이라면, 측면 사상가는 어떤 틀에서 벗어나고자 할까요? 바로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대한 반발입니다. 타임라인을 통해 이들의 시위가 어떻게 커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4월 19일, 첫 시위
주동자 미하엘 발벡(Michael Ballweg)을 중심으로 50여 명의 사람이 슈투트가르트에 모였습니다. 코로나 대책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20년 5월, 급격히 커진 규모
첫 시위가 일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5월 2일 슈투트가르트 칸슈타터 바젠(Cannstatter Wasen)에서 열린 시위에 약 5,000명이 참여했습니다. 시위는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진행되었습니다.
이 시위는 다른 도시로 퍼져, 주동자 발벡이 속한 단체에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으며, 이어진 5월 9일의 시위에는 1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때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위 참여에 등록하지 않은 1.200여 명과 거리 두기 규칙을 어긴 참가자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찰 8명이 다쳤습니다.
이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은 16일, 발벡은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후 정식으로 측면 사상 홈페이지가 개설되었습니다.
2020년 8월 1일, 첫 공식 시위
이날은 측면 사상 그룹의 첫 번째 공식 시위로 기록된 날입니다. 베를린에서 열린 이 집회는 경찰 추정 최대 2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최 측은 이에 반발하며 13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으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2020년 11월, 공격성 심화
거리두기 정책 완화로 잠잠했던 시위는 11월에 다시 열기가 치솟았습니다. 특히 11월 7일 라이프치히에서 일어난 시위에선 기자와 경찰에게 공격이 심해 논란이 됐습니다.
2020년 12월, 법조계의 첫 우려 표명
바덴 뷔템베르크(Baden-Wüttemberg) 주의 헌법 수호를 위한 주관청(La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이 처음으로 이 운동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측면 사상 그룹이 연방 제도의 존재와 민주적, 헌법적 구조를 부정하는 단체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어 바이에른 주, 함부르크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3월, 다시 시작된 시위
시위가 독일 전역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베를린과 뮌헨, 뒤셀도르프, 슈투트가르트와 드레스덴 등에서 열렸습니다. 드레스덴의 경우 집회가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1.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이 시위에서 3명이 임시 체포되고, 12명의 경찰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2021년 8월 1일, 최대 규모의 체포
공식 활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지난 2021년 8월 1일, 베를린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를린 시는 이 시위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샬로텐부르크(Charlottenburg)에만 2.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베를린 지역 곳곳에서 시위대가 모였으며, 경찰은 그 숫자를 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중 무력 행위로 경찰에게 진압되어 체포된 인원이 약 600명입니다.
측면 사상 그룹은 2020년 4월 19일 첫 시위를 기점으로 총 18번의 공식 시위를 한 것으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각 도시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시위를 합치면 최소 40번은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
측면 사상가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시위의 근거를 제시하는 선언문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기본권은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들은 코로나 대책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 신앙 및 양심의 자유로 시작해 집회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을 저지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자신을 민주주의자로 지칭하며, 극단주의와 폭력, 비인간적인 사상과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측면 사상 단체가 요구하는 바는 3가지입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코로나 규제 해제와 연방 차원의 국민투표, 개헌 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순과 위험이 드러나다
이들의 주장은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민주 시민임을 자처하고, 헌법의 기본권을 나열하며 정당성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탄탄해 보이는 바탕 뒤에 모순이 숨어 있습니다.
헌법에서 제시하고 기본권에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헌법 제 11조 1항은 이동의 자유를 말하지만, 2항에 따르면 전염병 및 자연재해, 높은 사고 위험이 있을 때 정부나 주 정부에 의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제 18조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경우 기본 권리를 상실합니다. 즉,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민주주의적 질서를 반대하는 이 시위는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념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최근 일어나는 시위를 보면 이 단체가 제시하는 평화와 민주주의는 찾기 어렵습니다. 경찰이나 언론인을 향한 분노와 폭력 행위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단체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보도 쉬프만(Bodo Schiffman)은 사기 혐의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지난 7월 독일 서부를 강타한 홍수로 발생한 피해자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가짜 뉴스를 제작하고 기금을 모았습니다. 순식간에 70만 달러를 모았지만, 피해자들에게 사용된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 백신 거부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정된 시위 이름을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는 9월 4일 보훔에서는 <자유로운 백신 결정, 녹색 여권 반대(Freie Impfentscheidung, kein Grüner Pass)>, 올덴부르크에서는 <사랑과 웃음, 마스크와 주사기가 없는 삶(Lieben, Lachen, Leben ohne Maske, ohne Spritze)>라는 주제를 내건 시위가 열릴 예정입니다.
작성: 알덴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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