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살림을 몰랐던 나
원피스보다 통바지를 좋아했던 나. 화장이라곤 할 줄 몰랐던 나. 자취를 오래 했지만 할 줄 아는 요리는 김치볶음밥밖에 없는 나. 이런 내가 결혼을 했다. 많은 사람이 수많은 걱정을 했다. 살림이 많이 서툴 거라고…
내가 결혼하던 날 이모는 시댁 어른께 사회생활만 하고, 살림을 안 해 본 애라 많이 서툴 거라고 그저 예쁘게 봐달라고 했단다. 이모가 말한 살림에는 청소, 빨래, 음식 등 집안일과 관련이 있었다. 나 역시 이모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집안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고, 모든 것에 서툴 거라고…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살림을 해보니 이모 말대로 서툰 건 있지만 살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남편 역시 내가 집안일에 공을 들이니 자신도 신나서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밥 먹고 설거지는 꼭 해줬다. 원래 잘 안 했던 거라 살림하는 것이 너무 싫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즐거웠던 것이다.
이와 같이 결혼 후에 나를 다시 발견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발견한 나
발견 1. 전기 헌터
나는 집을 나설 때 모든 전기를 뽑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했던 잔소리가 있다. 난방 껐는지 체크하고, 전기 코드를 다 뽑은 뒤 외출하라는 거였다. 나는 그 잔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었고, 그때 당시에는 잘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웬걸… 결혼한 뒤로 나는 외출 시 전기 코드는 다 뽑는다. 정말 사소한 곳 하나까지… 나는 전기 헌터다.
어느 날은 남편이 쉬려고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았는데 전기를 다 뽑아 작동이 되지 않았다. 남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남편: 이거 벌써 망가진 거야?
전기 헌터: 아까 외출할 때 뽑았지. 전기 아까워
남편: (황당)
발견 2. 허리 나이, 할머니
푹신한 침대가 잘 안 맞는다는 것도 알았다. 자취할 때는 토퍼를 깔 거나, 딱딱한 침대에서 잤었다. 푹신한 침대를 사기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렴한 매트리스를 구입했었다. 그때의 한이 남았던 걸까? 신혼 침대를 고를 때는 비싼 매트리스를 고르게 됐다. 침대는 직접 누워보는 거라고 해서 직접 누워 봤다. 한 매트리스에 누웠는데 몸이 침대 속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편안한 느낌에 이끌려 구입을 했다.
1달 사용한 지금, 허리가 갑자기 아프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기도 했지만 허리가 안 좋은 사람들은 푹신한 침대에서 자는 게 좋지 않다고 한다. 이미 샀는데 어쩌지… 하는 고민을 했는데, ‘허리 건강이 좋아지면 되잖아’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만간 정형외과에 가서 허리 검사를 받으려고 한다. 허리 운동도 열심히 할 거다.
발견 3. 요리 실력은 빅마마급?
취사병을 했던 남편과 살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남편이 요리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남편 음식은 맛이 없다. 대부분 간을 못 맞춰서이다. (본인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ㅋㅋ)
음식과 거리가 멀었던 내가 요리를 시작하면서 발견한 재능은 음식 간을 잘 맞춘다는 거였다. 몇 번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성공하고, 정말 맛있다. 그래서 남편이 요리를 한 날에는 내가 간을 맞출 때도 있다. 이렇게 죽이 척척 맞는 걸 보면 천생연분이지 싶다.
결혼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내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다. 마치 내 안에 숨은 초능력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허리 건강도 회복해 초능력을 획득하는 걸로 ><)
내가 발견한 이 사소한 보물들을 행복하게 사용하고 싶다.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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