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두려움
언론이나 책,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에서 비치는 시댁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에서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에게 멸시받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다 귀하디 귀한 아들을 뺏어갔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이런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서일까? 나도 결혼 전 시댁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결혼 전 시댁 관련 책을 구입해서 몇 권 읽었다.
시댁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세요
너무 친해져도 안 되고, 너무 안 친해도 안 되고, 딱 적정 거리를 유지하세요. 한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당신의 상사처럼 대하세요’
굉장히 딱딱하고 냉정하게 쓰여 있는 문장 앞에서 난 얼어붙고 말았다. 나의 두려움을 배로 상승시킨 책을 보며
괜한 화풀이를 하고는 책을 덮었다.
내 상상과 너무나도 다른 시댁 생활
그렇게 두려움 가득하게 시작한 시댁 생활. 미리 고백하자면 난 너무 좋은 시댁을 만났다. 드라마 속에서 보던 시댁과 달리 너무나 좋은 분들이었다. ‘요즘 결혼 생활은 옛날이랑 달라’라는 말이 우리 시댁을 보며 하는 말 같다. ‘시집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늘 해주시며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주신다. 항상 감사함으로 받으며 ‘나도 나중에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행복한 와중에 나의 고질병인 ‘걱정 인형’은 이 상황을 즐기지 못하게 만든다.
시댁을 편하게 생각할 수 없을까?
어른들을 어렵게 생각하고, 친해지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나는 아직 시댁을 편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아직은 그렇다. 앞으로 평생 만나게 될 시댁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우선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였다.
나는 원래 사람과 친해지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긴 시간 서로를 알아간 만큼 깊게 사귀는 편이다. 누군가 ‘너는 별로 얘랑 안 친해 보여’라는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것을 감수해 보기로 했다. 그냥 원래 나의 성격을 지켜나가며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싶다. 절대 조급해하지 않겠다.
두 번째 들었던 생각은 ‘시댁에서 날 사랑해 주신다는 걸 기억하기’다.
정말 남편을 사랑하시는 만큼, 나 역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해 주신다. 아버님은 얼마 전 내 트레이닝 복에
무언가 묻어있는 것을 보고 가족 전체에게 트레이닝 복을 선물하셨다. 정말 스위트 하신 분이다. 시댁이 이렇게 사랑해 주니, 나는 마음껏 시댁을 사랑해도 된다.
세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오랜만에 만나면 한마디라도 더하기’이다.
사실 이건 벌써 실천 중이다. 시댁 식구들이 뭘 좋아했었는지, 시댁 식구들이 선물해 줬던 건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지, 시댁 식구들이 관심 있어하는 건 뭔지 계속해서 들여다보며 한 마디라도 건넸다. 그 결과 한층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두려움의 대상, 어렵게만 생각됐던 시댁은 나의 예상과 달리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고, 정말 친해지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만드시는 분들이다. 시댁을 편하게 대하는 건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은 것은 시댁은 절대 어려운 곳이 아니라는 것, 얼마든지 편하게 생각해도 되는 곳이라는 걸 마음 깊이 새기고 싶다. 언젠가 서로를 편하게 대하는 가족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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