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SVB 은행의 파산을 시작으로 스위스의 크레딧 스위스 은행에 연달아 위기가 닥쳤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크레딧 스위스는 2008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리먼 브라더스보다 더 큰 규모로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입니다. 이런 곳의 파산 소식은 독일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걱정하게 했는데요. 결국 크레딧 스위스는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에 인수가 결정되면서 큰 위기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은행 파산과 같은 위기 속에서도 독일에 예금되어 있는 피 같은 내 돈은 안전한지, 또 세계적인 은행의 파산은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크레딧 스위스의 파산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있었다.
크레딧 스위스의 파산 경고는 작년에도 각종 글로벌 매체를 통해 여러 번 보도 되었습니다. 크레딧 스위스를 포함한 스위스의 은행들은 세계적인 트렌드와 규모에 맞지 않게 안고 있는 한계점을 안고 있는데 그것은 검은돈을 관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전에는 검은 돈이라고 하더라도 스위스 특유의 고객정보 비밀법으로 인해 묵인되었지만, 지금은 자금 세탁법과 같은 위법행위에 적발되는 동시에 여러 국가에서 스위스 은행 을 블랙리스트에 등록하면서 그 신뢰도는 바닥을 쳤습니다. 더군다나 스위스 크레딧의 경영진은 해가 거듭될수록 쌓이는 누적 손실에도 보너스 명목으로 약 332억 유로를 챙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총체적 난국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크레딧 스위스의 주가와 신용부도(CDS) 차트를 보면 단순히 미국 SVB 은행의 뱅크런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레딧 스위스의 주가는 가장 고점이었던 50유로 부근에서 80센트까지 긴 시간 꾸준히 떨어졌습니다. 하락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주가는 이미 크레딧 스위스의 파산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신용부도(CDS) 차트를 통해서도 그 위험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 차트 또한 높게 그려진다고 할 수 있는데, 2021년 이후로 급격하게 신용부도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으므로 어느정도 예견되어있는 파산이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내 독일 계좌는 안전할까?
세계적인 은행도 파산하는데 내 독일 계좌에 보관해둔 돈은 과연 안전할까요? 라는 질문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독일 정부는 은행 고객에게 예치금을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선언했고, 동시에 EU는 은행의 보안 시스템을 개혁하여 고객을 보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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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만약 독일 은행이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고객은 대부분 EdB(독일은행보상체계, Entschädigungseinrichtung deutscher Banken)과 BdB(독일은행연방협회, Bundesverbandes deutscher Banken)으로부터 예치금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금액은 EdB를 통해 최대 100,000유로까지 보장됩니다. 여기에 도이체방크 혹은 코메르츠방크 같은 대부분의 민간 은행은 EdB에 의무적으로 가입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BdB의 예금 보호 기금(Einlagensicherungsfond)에도 가입되어있어 100,000유로 이상이 되는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독일에 기반을 둔 은행이 연방금융감독청(Bafin, Bundesanstalt für Finanzdienstleistungsaufsicht)에 의해 부실하다고 판정할 경우, 보상처리가 진행됩니다. 예금보호법에 따르면 독일은행보상체계 EdB는 영업일 기준으로 7일 이내 모든 예금자에게 100,000유로까지의 금액을 보상해야 합니다. 거래하는 은행이 예금 보호 기금(Enlagensicherungsfond)에 가입해있다면 1인당 최대 보상금액은 더 높아져 2023년 1월 기준으로 최대 500만 유로(회사의 경우 5,000만 유로)까지 보장해줍니다. 하지만 2025년에는 한도가 최대 300만 유로, 2030년부터는 최대 100만 유로로 낮아집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크레딧 스위스의 붕괴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으며, 미국 중소형 은행의 붕괴와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달아 터진 세계은행의 파산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연결고리가 되어 “미국 은행이 파산했데, 스위스 은행도 파산했데, 그럼 독일 은행도 어쩌면 파산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혹시나 미국과 스위스발 은행 파산 소식에 독일 은행에 저축해 놓은 내 돈이 걱정된다면, 괜한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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