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만 틀면 나오는 인플레이션은 독일과 한국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저희 구텐탁 코리아에서도 여러 번에 걸쳐 인플레이션 관련 기사를 썼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지금 당면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전달하기보다, 과거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사례를 통해 인플레이션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현상과 효율적인 자산 분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우리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했는가?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기축통화(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화폐)인 달러와 유로화를 대량으로 발행하였습니다. 시중에 풀린 돈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야기시켰고, 가파른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미연방 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당연한 결정이었고, 우리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바로 여기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빈부격차는 더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인플레이션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누구며, 부자는 어떻게 더 많은 부를 가질 수 있을까요?
2.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인플레이션과 그 배경
1920년대 초 독일은 이미 한 번의 인플레이션 사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1% 이상의 물가가 상승하는 그야말로 초인플레이션이었는데요. 그냥 인플레이션도 아닌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경제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전쟁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프랑스 등 주변 국가에 엄청난 금액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독일은 경기 부양의 목적으로 당시 화폐였던 마르크화를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낸 결과, 마르크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었고 화폐를 찍어내는 대로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여 나중에는 마르크화를 벽지로 사용하거나 땔감으로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빵 하나를 사기 위해 수레에 마르크화를 실어나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마르크화를 찍어 배상금을 물어준다는 명분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배상금은 기축통화인 파운드화나 달러로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단순히 마르크화를 찍어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습니다. 독일의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결정은 사실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독일은 어차피 배상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초인플레이션 사태를 만들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을 주변국에 어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배상금을 받아야 하는 주변국들은 독일을 망하게 놔두기 보다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길을 택했고, 그 이후로 독일은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은 오롯이 국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독일 중산층의 몰락
화폐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예금을 포함한 현금을 들고있는 국민들의 자산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빵 하나를 사기 위해 수십만 마르크를 지불해야하는 상황은 서민층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몰락하게 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월급을 주는 노동시장에 몰렸습니다. 당시 월급은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금액으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일을 하여 돈을 버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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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
독일 서민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지만, 누군가는 상상도 하지 못할 부자가 되었습니다. 기업가들에게 초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축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몰리면서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취할 수 있었고, 큰 빚을 져서 시설을 갖춘 공장은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빚이 자동으로 탕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 이전에 1,000마르크를 어렵게 대출받아 공장 시설을 완비했는데,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1,000마르크의 가치가 실제로 1마르크 이하로 떨어져 빚이 자동으로 없어진 것입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일부 정보력이 빨랐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엄청난 빚을 내어 부동산 같은 고정 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 역시 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빚은 없어지고 내 자산은 커지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플레이션 이후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자산분배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5. 인플레이션과 자산 배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므로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의 비율을 늘려서 보유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이에 대표적인 실물자산으로 부동산, 채권, 금, 원자재 등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보통 이자율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합니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므로, 시중의 자금은 채권쪽으로 몰리게 되고, 금융 자산인 주식의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지금 전 세계주식시장이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하락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여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비율을 조절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 차이는 아마 인플레이션 이후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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