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독일어를 배울 땐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무작정 들이밀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일어 앞에서 점점 겸손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독일 회사에서 독일 동료들과 독일어로 매일 일을 하고 있지만, 독일어 실력을 보고있노라면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 독일어 실력이 늘기는 하는걸까라는 생각까지 들며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도대체 독일어는 우리에게 왜 어려운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독일어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독일어가 어려운 이유는 ‘언어의 상관관계’에 있다.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영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어와 독일어는 같은 계통인 게르만어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어휘적으로, 또 발음적인 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어를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습득하는 것처럼 언어의 유사성이 클수록 해당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독일어와 한국어는 어느 정도의 언어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 정확히 연구한 사례는 정확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독일어와 한국어를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연구한 자료는 다행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독일어와 한국어의 언어적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외교부의 교육기관 중 한 곳인 Foreign Service Institute라는 곳에서는 제2외국어를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달성하는데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조사했습니다. 또한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을 기준으로 언어 난이도를 Level 1부터 Level 5까지 함께 정리했습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미국인 기준으로 독일어는 약 750시간 정도 학습만 하면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달성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반대로 한국어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Level 5 수준이며 Level 4 수준보다 학습 시간이 2배나 더 걸리는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위 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독일어와 한국어가 얼마나 거리가 먼 언어인지 그 상관관계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상대적 격차를 숫자로 단순 계산해 보자면, 2,200시간(Level 5) – 750시간(Level 2) = 1,450시간(상대적 격차)으로 이는 매일매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2년간 2시간씩 공부해야 겨우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계산이므로 통계적인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독일어 정복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독일어가 가지고 있는 가치
독일에 살고 있지만 독일어보다 영어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람도 있고, 독일에 살고 있으니 독일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업무, 사회적 위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의 가치는 사람들마다 매우 주관적일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저널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조사를 기재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과연 어떤 언어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사였는데, 2014년을 기준으로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를 배웠을 때 축적되는 경제적 이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EU 안에서 독일어를 외국어로 할 줄 안다면 그 사람은 2054년이 되었을 때 약 125,000 달러 수준의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반면에 프랑스어는 75,000 달러, 스페인어 50,000 달러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독일어가 다른 언어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유리한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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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밖에 독일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 독일어는 영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과학적인 언어라고 합니다.
– 독일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과학 분야의 특허 출원을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 독일어는 약 1억 1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한국어 7,700만명)
– 독일 경제는 유럽에서 가장 튼튼하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합니다.
– 독일어권 나라(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노벨 물리학상 22개, 화학 분야 30개, 의학 분야 25개 등 노벨상 수상자가 대거 배출되었습니다.
– 전 세계적으로 출판되는 책의 10%가 독일어로 출판됩니다.
전문가들은 독일어가 발음하기도 어렵고, 문법적으로 복잡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정복하지 못할 언어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와 꾸준한 공부이니 오늘도 열심히 독일어 공부에 매진하시는 유학생과 교민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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