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토요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시민이 결집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삶(Wohnen für alle)라는 문구를 앞세우고 높은 임대료에 반발하는 시위를 연 것입니다. 이는 베를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독일 전역에서 임대료 및 주택 매매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한 시위
임대료 상승에 반대하는 이번 시위에는 경찰 추산 2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습니다. 이 시위는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 시민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문제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임대료 동결 및 퇴거 금지, 대규모 부동산 그룹이 소유한 집 몰수 및 사회 환원과 전국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을 주장합니다.
오는 9월 26일에 실시되는 베를린 시민 투표가 주요 쟁점이지만, 해당 시위는 독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임대료 및 집값 상승 문제도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7대 대도시의 월세는 독일 평균에 비해 21% 높다
독일 통계청에서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독일 7대 대도시(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쾰른, 뒤셀도르프)의 기본 월세는 독일 평균값보다 21% 높습니다. 7대 대도시의 평균 월세는 1제곱미터당 10.80유로, 독일 전체 평균 월세는 1제곱미터당 8.90유로입니다. 여기에 세금이 추가되면 평균 월세는 13유로에 육박합니다.
이러한 월세 상승은 가계에 부담을 안겨줍니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독일 전체 평균으로 봤을 때, 지출의 27.2%를 주거비가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도시의 경우 그 부담은 30%에 육박하거나 더 높은 수준입니다.
가장 높은 부담률은 뮌헨, 가장 낮은 곳은 잘츠기터
부동산포털 이모스카우트24(Immoscout24)의 조사에 따르면 제곱미터당 임대료가 가장 높은 도시는 뮌헨입니다. 뮌헨에서 주거 지출은 소득의 35%입니다. 뒤이어 하일브론(34.4%), 올덴부르크(33.9%)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대도시인 슈투트가르트는 33.2%, 쾰른 32.9%, 함부르크 32.5%, 프랑크푸르트 32.4%, 뒤셀도르프 30.6%로 모두 30%가 넘는 비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를린은 아직 30% 미만에 해당하지만, 지난 5년간 27%나 상승한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베를린은 자가 주택 비율이 17.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아 세입자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주거비 지출을 하는 도시는 니더작센에 위치한 잘츠기터(Salzgitter)입니다. 평균 25.9%로 독일 평균보다 낮습니다. 뒤이어 겔젠키르헨 26.1%, 예나 26.5%, 슈베린 26.8%, 하겐 27.4% 순입니다.
다양한 임대료 상승 요인
문제는 월세 상승의 문제와 해결 방법을 한가지로 요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임대인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로 싸움을 일으킨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로 월세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을까요.
- 주택 보급률의 하락
독일 전역의 신규 주택 보급은 1997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정점을 찍은 것은 2010년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도 2010년입니다. 이후로 8년간 다시 주택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긴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 주택 건설 비용의 상승
보급률의 하락은 건설 비용 상승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2010년 제곱미터당 토지 가격 평균은 130유로였지만, 2020년 현재 199유로입니다. 물론 이 역시 주별로 차이가 극명합니다. 그중에서도 바이에른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각각 349유로와 245유로로 가장 높습니다. 이와 같은 건설 비용 상승으로 임대 주체는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게 된 것으로 예측합니다.
- 인구 증가 및 수요 증가
베를린의 인구 상승은 2010년을 기준으로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7대 대도시 중 뮌헨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습니다. 2020년 기준 약 366만 명, 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약 619만 명입니다. 2011년 약 327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약 10%인 40만 명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함부르크와 뮌헨, 쾰른 등의 대도시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 부동산 붐의 여파
자가 주택 소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요인입니다. 2010년까지 대도시 7곳의 자가 소유 비율은 평균 24.1%였지만, 2018년 38.6%에 이릅니다. 이에 따라 월세 비율도 높아져 57.8%에서 72.2%까지 증가했습니다.
- 전 세계적 금리 인하
독일에 이러한 부동산 구매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유는 금리 하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출 부담이 낮아져 투자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담보 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2007년 5.2%에 이르던 금리는 점차 낮아져 2018년 1.4%에 달하게 됩니다.
작성: 알덴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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