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환경단체 독일의 환경도움(Deutsche Umwelthilfe, 이하 DUH)은 슈퍼마켓 리들(Lidl)과 알디(Aldi)에서 판매 중인 칠면조 고기(Putenfleisch)에서 슈퍼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공장식 사육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원인이라며, 이 환경 단체는 독일 연방정부와 유럽 연합에 항생제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대 30%에 이르는 샘플에서 세균 발견
환경단체 DUH는 독일 각 지역의 슈퍼마켓 리들과 알디에서 각각 31개 샘플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칠면조 고기는 모두 축산 2단계(Haltungsstufe 2)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테스트 결과 리들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약 1/3, 알디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약 1/4에서 다중 항생제 내성 세균인 슈퍼 박페리아가 검출되었습니다. 심지어 리들 판매 제품 중 26%는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성 세균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 경로
항생제 저항성을 지닌 세균은 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러 항생제에 저항성을 지닌 세균을 다제내성균으로 칭하며, 이보다 광범위할 경우 슈퍼 박테리아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과거에 다중 내성 세균은 여러 항생제가 사용되는 병원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의학에 까지 퍼진 항생제 사용, 동물 사료에 항생제 사용이 빈번해지며 항생제 저항성을 가진 세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매년 평균 67만명의 사람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병원균에 감염되고, 이 중 24만 5000명 이상이 의료 행위가 아닌 공장식 농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감염자 중 33만명이 사망합니다. 즉, 육류 소비 및 동물과의 직간접적인 접촉 등에 의해서 감염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슈퍼 박테리아의 위험성
항생제는 세균으로 인한 감염에 사용되는 의약품입니다. 하지만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에 감염되면 일반적인 항생제로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약의 효력은 떨어지고 세균은 더욱 증식합니다. 결국 감염병은 더 오래, 더 자주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일부 내성 세균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항생제 저항성 세균의 주요 종류는 황색포도상구균(MRSA)과 연쇄구균 및 장구균, 녹농균과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살모넬라와 대장균입니다. 이 중 폐렴연쇄구균은 폐렴과 중이염, 뇌막염, 충농증과 관절염 등을 유발하며, 대장균과 살모넬라는 음식으로 가장 많이 감염되는 세균입니다.
중요한 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세균은 기존의 대장균과 살모넬라와 다른 형태의 세균이라는 것입니다. 병원성 내성 세균으로 밝혀진 종류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출된 제품의 종류도 다양
칠면조는 독일에서 닭만큼 요리에 많이 활용되고, 가공 형태의 제품도 많습니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 세균 검출도 여러 제품군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따라서 내성 세균은 절단 및 소분 포장을 하는 칠면조 가슴살과 다리, 슈니첼(Schnitzel), 스테이크와 다짐육 등에서 고루 검출되었습니다.
항생제 내성 세균을 피하는 방법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식품의 오염에 대처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발표했습니다. 깨끗하게 손 씻기, 익힌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을 따로 보관하기, 안전한 온도에서 보관하기, 완전히 익혀서 먹기, 깨끗한 물과 원재료를 사용하기 입니다. 이 외에도 익히지 않은 고기는 장갑을 착용한 뒤 다루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리들과 알디에 판매되는 칠면조 제품만 다뤘지만, 다른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칠면조가 아닌 닭이나 오리, 돼지와 소와 같은 다른 고기 종류에서도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육 과정에서 항생제 없는 사료를 섭취하는 것입니다.
사육 환경 단계 제도와 유기농 제품
슈퍼마켓에서 육류 제품에 붙은 사육 환경 단계(Haltungsstufen)가 높거나 유기농 제품은 안전할까요? 안타깝게도 사육 환경 단계는 항생제의 양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사육 환경 2단계에 해당하는 육류는 최소 사육 환경 단계에서 10% 더 넓은 공간에서 자란 것을 의미합니다. 1제곱미터에서 23마리의 닭이, 약 0.825제곱미터에서 돼지 한 마리가 자랐다는 표기입니다. 최고 단계인 4단계에서도 1제곱미터당 13마리 닭, 1.05제곱미터에서 돼지 한마리가 사육되는 수준입니다.
반면 유기농 제품은 사육 단계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사용에 엄격한 편입니다. 유럽 연합에서 제시한 유기농 육류 제품은 대체 치료가 불가능한 때만 항생제 사용을 허용하고, 1년에 세 번 이상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 더 이상 유기농 표시를 할 수 없게 했습니다. 또한, 1년 이상 사육하지 않는 경우는 단 한번만 허용됩니다.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이 적게 발견됩니다. 환경농업(Ökolandbau)가 발표한 2020년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인 제품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42.9%에 비해 낮은 17.7%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유기농 제품도 슈퍼 박테리아에 완전히 안전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사육 환경 개선
슈퍼 박테리아 섭취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농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 특히 다중 내성 세균에 대한 연구는 꾸준하며, 식품용 동물 사육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연구는 유럽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사건이 계속되는 것은 사육 환경을 개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선에 필요한 돈과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육류 가격이 오르고 전과 같은 풍요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동물 사육 환경보다 밀집도를 낮추고, 사육 환경의 위생에 집중하며, 약 대신 대체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가 불가능한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하기 전에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작성: 알덴테 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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