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식이 올라오지 않던 <엄마의 장난감 공장>, 오래간만에 한 꼭지 올려봅니다.
펠트 천 아시죠? 올이 잘 풀리지 않는.
색색의 펠트 한 묶음은 아이들 있는 집에 한 개쯤 두시면 좋습니다.
올이 풀리지 않아 바느질할 필요 없이 슥슥 자르기만 해도 장난감을 많이 만들 수 있거든요.
오늘은 펠트로 만든 것들을 이것저것 끄집어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장난감 먹거리
펠트 천으로 가장 많이 만든 것은 장난감 먹거리들입니다.
가장 쉽기도 하고, 만들었을 때 아이들도 가장 좋아한 것들이에요.
1) 샌드위치 놀이와 브리또 세트
빵은 원목 장난감이 있어서 내용물만 만들었는데, 바느질 디테일 없이 그냥 슥슥 모양대로만 잘라주셔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시간도 없고 해서 이렇게만 만듭니다.
2) 피자 놀이 세트와 오븐 장갑
피자 도우는 안 쓰는 시디 케이스를 가위로 4등분 한 뒤 한지로 감싸 만들었어요. 피자 오븐은 택배 상자에 든 스티로폼 박스.
스티로폼 가루 휘날리며 쓱싹쓱싹 잘라서 만든 저 오븐이 말이죠. 보기엔 참 없어 보여도(후후) 소스와 치즈, 토핑을 갈무리해 넣을 수 있는 공간과 온도 스위치, 피자를 구울 수 있는 구멍 등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파마잔 치즈 통과 핫소스도 있고, 배달시켜 먹을 경우에 지불할 돈들도 후지게 만들어 놨었고요. 지금은 수명을 다 하고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지 오래. 지금은 오븐 없이 피자 놀이 세트만 남아 있습니다.
3) 부엌 놀이용 먹거리들
펠트 천으로 아이들 플레이 키친에 먹을 것을 조금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요.
먹거리를 만들 때 저의 원칙은 만들다 내가 지치지 않을 것.
차라리 플레이 키친 같은 건 테이프나 풀로 거침없이 촥촥 붙여서 만들면 되는데, 바느질은 꼬물꼬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가장 품이 적게 드는 먹거리들만 조금 넣어줬어요. 나머지는 아이들이 직접 종이를 잘라 만들든지 다른 놀잇감들을 이용해서 놀게 둡니다. 알파벳 퍼즐, 피규어나 레고 조각, 구슬 같은 걸로 요리를 하면서 알아서 잘 놀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건 구경하는 부모로서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우선 아래 사진이 택배 상자로 만든 플레이 키친.
제 책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산타는 대체 언제 와야 하는가’ 편에 등장했던 그 궁상미 넘치는 놀이용 부엌이 바로 이놈들입니다. 지금은 이것보다 더 낡아서 궁상미가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소식.
아래 사진들이 펠트천으로 만들어 넣어 준 놀이용 먹거리들. 팬케이크와 소시지, 달걀, 티세트 등 최소한의 바느질로 만들 수 있는 것들만 취급한 제 마음 보이시나요.
아래 사진은 만들면서 제가 신났던 달걀 한 팩. 사진을 모아서 붙여 봤습니다.
- 인형
손바느질로 큰 인형을 만드는 건 제 성격상 못할 짓이어서, 저는 주로 손바닥 크기의 인형이나 손가락 인형들을 만들었습니다.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는 웬만해선 안 만들기 때문이죠. 호호호.)
왼쪽은 공주님을 좋아하는 후배의 귀여운 딸 J에게 선물했던 백설공주. 옆으로 메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 백설공주를 붙여서 가방을 선물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른쪽은 장난감 공장 매거진 만들면서 처음 소개했던 손가락 인형들. 둘째가 아직 토실토실한 다섯 손가락에 낑낑 끼워가며 놉니다.
- 아이들 머리끈
늘 고마운 첫째 시누이로부터 예전에 자수 입문 책을 한 권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요. 이 책을 과연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하다가 이런 것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냥 썩히기에는 책을 주신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요.
아이들 머리끈이에요. 똑딱 핀으로 제작하는 게 더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그냥 선물로 주기 좋을 것 같아서 만들어 봤는데, 제 아이들에게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아서 사용후기는 잘 모르겠네요. (무책임한 전개)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평소에 저런 놈들을 머리통에 달고 다니기 너무 부끄럽다면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할로윈 같은 때 특별히 착용할 수 있는 소품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에 크리스마스 트리나 루돌프를 모티브로 핀을 한두 개 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는데, 생각이 현실화되면 나중에 추가로 올려둘게요.
- 작가: 이진민 /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정치철학 박사
미국서 두 아이를 낳아 현재 독일에서 거주 중.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 본 글은 이진민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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