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방송수신료 가격과 지불 이유
독일에 온 이민자들이 마주하는 이해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독일의 방송 수신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TV도 없고 독일 라디오를 듣지도 않는데 왜 방송 수신료를 내야 하는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선택의 사항이 아닌 의무이며 지불하지 않았을 경우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는 세금의 하나로 결국 받아들이게 됩니다.
Rundfunkbeitrag(방송수신료)는 방송에 기여한다는 명목을 내걸지만 이는 결국 독일의 거의 모든 기업과 가정이 정부에 지불하는 비자발적인 일종의 강제 기여 세금이며, 소득에 상관없이 연간 210유로를 지불하게 됩니다.
방송 수신료는 거주지 등록을 한 가정은 거의(극히 의례적으로 예외사항이 있을 수 있으므로) 모두 월 17.5유로를 내야 합니다.
납부는 분기별, 반년, 혹은 매년 지불할 수 있는 옵션만 선택 가능하고 은행 계좌에서 자동 송금 방식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방송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경우 미납금 외, 연체이자를 비롯한 벌금까지 내야 하며 최악의 경우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돈은 독일의 공영방송사 ARD, ZDF 등이 제공하는 뉴스 및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독일 공영방송은 수신료의 매년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혀 왔고 이런 독일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요하는 방송 수신료의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독일 국민의 전반적인 이해와 동의가 있었습니다.
독일 방송 수신료를 거부, 선택할 수 있나?
2016년의 튀링엔 지역의 지글렌데 바우메르트는 수신료를 내지 않아 감옥에 61일 동안 수감됐었으나 독일 중부방송 MDR의 구속 집행 취하 요청으로 풀려났었습니다. 그 당시는 한 개인의 일탈적인 행위 정도로 이슈화됐었습니다.
이후 2018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공적 인프라로 파악, 모든 독일시민은 언제 어디서나 공영방송 콘텐츠에 접근 가능하며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므로 실제 tv, 라디오의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수신료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독일 방송 수신료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2016년과 같이 현재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좌파임을 주장하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요르스 틸은 방송 수신료 납부를 거부해 2021년 현재 3개월 넘게 서부지역 공영방송 WDR의 요청으로 수감돼 있습니다.
요르스 틸의 사례는 방송료 수신거부가 독일 사람인들 사이에서 점차 공감대와 지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석방을 강력히 주장하는 틸에게 WDR은 미납금 납부, 압류 절차를 위한 재산신고 혹은 미납금을 나눠 내겠다는 합의 없이는 석방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틸의 주장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WDR은 공익을 위해 독일의 모든 가정과 기업이 수신료를 함께 부담하고 동시에 고품질의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취하자는 연대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월 17.5유로는 어디에 사용되나?
독일 방송수신료 매월 17.5유로는 KBS 방송 수신료 2,500원보다 월등히 비싸고 독일 시장 점유율 47%인 넷플릭스의 한 달 요금(11.99-15.99유로)보다도 비쌉니다. 이는 독일 공영방송의 자금 중 사기업, 기타 이익단체로부터 받는 광고수입의 비중이 현저히 낮고 수신료 의존도가 크게 때문입니다.
연간 40억 유로가 넘는 방송 수신료 수입을 통해 독일 공영방송은 상업활동이 배제된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으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어느 기업이나 정부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상업방송이 아닌 독일의 공영방송의 독립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통해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독일 방송 수신료를 이해한다면 강제적인 의무감이 아닌 사회적 책임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작성: 독일북부 무쏘뿔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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