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둘째아이를 임신 했을 때 정기검진을 갔다가 그 길로 바로 큰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다. 직장에서 연락받고 오후 반차를 내고 집으로 달려가 아내와 함께 필요한 짐을 챙기고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그 다음 첫째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야했고 급히 마트를 가서 장을 보고 저녁을 해야했다. 엄마가 보고싶다며 우는 아이를 달래 재우고 나니, 당장 다음날부터 집안일이며 첫아이를 돌봐줄 지인이나 다른 가족이 근처에 한명도 없다는 현실이 걱정되었다.
이미 그 해엔 한국을 방문하느라 많은 휴가를 썼고, 남은 휴가는 딱5일 밖에 없었지만 특별휴가(Sondeurlaub)를 쓰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담당자가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다.
우선 아내의 입원을 결정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연락해 다음날 아침, 진단서(Krankbescheininug)를 받았다. 남편이 대신 병간호를 위해 회사에 제출할 수 있는 진단서였고 비용은 약10유로였다. 입원이 얼마나 걸릴지 아니면 아이를 급히 출산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였지만, 우선 한 장의 진단서에 쓸 수 있는 최대 2주동안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아내는 일주일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호전되어 퇴원했지만 다시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총 2주간 휴가를 모두 사용했다.
회사에서는 남아있던 휴가 5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급히 일정을 조정해주었고, 그 다음 일주일은 무급휴가로 처리해주었다. 대신 무급휴가동안의 월급은 보험회사에서 지원받았다. 명칭은 Haushaltshilfe 지원이다.
보통은 양육자가 심각한 질병이 있거나 그로 인한 입원, Kur 기간, 재활기간 동안 만12세~14세(보험회사에따라 조건 다름) 이하 최소1명의 어린이, 나이제한 없이 장애 아이를 돌보아야하는 경우에 가사도우미를 신청 할 수있다. 혹은 아이가 없더라도 임신중독, 조산위험에 놓인 임산부, 질병으로 인해 전혀 집안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보험회사로 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 가사도우미를 부르고 그 비용을 보험회사에서 부담하는 서비스이다.
전문 가사도우미를 부르지 않고 친적, 친구, 혹은 남편이 직접 무급휴가로 직장을쉬면서 환자와 아이를 돌볼 수도 있다. 내가 받은 지원금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조건과 비용이 있으므로 각 보험사에 직접 연락하여 상황을 이야기하고 상담 후 지원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아야한다. 나의 경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바로 지원신청서, 의사 진단서, 월급명세서를 준비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직장인은 휴가도 가고 병가도 쓰는데 가정주부는 아플 수도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를 돌볼 수도 없고 집안일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2021년에는 코로나 조치로 아이가 아플 때 받을 수 있는 Kinderkrankgeld를 아이가 아프지 않아도 학교, 유치원이 닫아 집에 머물러야하는 경우 기존 연간10일에서 20일까지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방침이 내려져있다. 부모가 모두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20일씩 총 40일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엄마가 아플때는? 아빠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잠시 회사일을 쉬더라도 아이를 직접 돌보고 아픈 아내를 돌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였지만 독일에서는 가능했다.
한국이라면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거나 지인들에게 부탁 할 수도 있겠지만, 타국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외국인뿐만아니라 이미 독일에는 핵가족, 한부모가정, 재혼가정, 대리부모 등 여러가지의 가족 형태가 생겨난지 오래되었고, 이러한 가족형태를 모두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사회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보험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 아니지만, 우리 지역에는 할머니가 없는 가족들을 위해 대리 할머니를 연결해주는 곳도 있다. 은퇴하신 어르신들께는 또 다른 직업을 제공하고 어린이들을 돌보며 삶에 활력도 갖게 될 수 있고, 바쁜 부모들은 아이를 잠시라도 할머니에게 맡겨 양육부담을 덜 수도 있다. 아이에게도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다정하게 돌봐주시는 할머니라는 존재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우리의 힘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일이 생길때는 여러가지 지원을 통해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현재 아내가 아프거나 병원 입원을 앞두고 걱정이 많으신 분들은 꼭 보험사를 통해 상담해보길 바란다.
저자: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체육전공자/운동치료사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