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병원의 환자병실은 약 100실로 항상 만실이다. 따라서 치료사들도 그룹 A,B,C로 분리되어서 환자들을 담당한다. 나는 그룹C의 물리치료팀 담당으로서 약 30명정도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운동 수업 시 특이사항, 컨디션, 운동수행 능력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매 수업마다 치료기록일지를 작성한다.
내가 치료 기록일지에 작성하게 되는 건 크게 3가지 내용이다. 첫번째, 환자 본인의 개인적인 통증정도(동기부여정도), 두번째는 수업 시 특이사항, 마지막으로 환자들 간의 사회성 능력이다.
또한 기본적인 운동 수업 참여율, 불참 시 어떤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는지 작성하며, 일회성인지 반복적으로 불참하는지 등을 기록한다.
내가 운동 수업 내용을 준비할 때에는 위의 3가지를 고려하여 통증을 잠깐 망각할 수 있는 약간 난이도 있는 동작과 몇 가지 과제들을 부여하여 과제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아니면 편하게 움직임을 유도하는 게임을 하거나,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서 간단한 스텝 동작도 하기도 한다. 리스크가 조금 있으면서 가장 이상적인 수업 형태는 파트너와 함께 하는 운동이다.
파트너와 운동하면서 항상 서로 간의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게 수업을 짜는 편이다. 이는 단체종목 및 구기종목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환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은 환자와 파트너가 선정되면 얼굴이 무표정으로 변하면서 불만을 표현하곤 한다. 그래서 난 10명정도 수업을 하게 되면, 다른 파트너와 자주 바꿔가면서 수업을 하고, 내가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환자 간 눈빛 교환, 운동 동작, 대화하는 행동, 제스처 등 빠른 시간 내 여러가지 정보들을 수집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은 신나게 웃으면서 운동을 하게 되고, 생각보다 금방 수업 시간이 끝난다고 느끼게 된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수업 중 특이사항을 잊어버리지 않게 바로 c팀 파일에 기록한다.
보통 독일 동료들의 경우, 딱딱한 표정으로 지루한 수업을 하지만 내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수업이 끝나면 아쉬워하면서 서로 박수를 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너가 이 병원 최고의 치료사라고 칭찬을 해주기도 하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팁을 쥐어주기도 하며 퇴원 시 선물을 주기도 한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러한 환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보람도 느끼고 다시 힘을 내게 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독일재활병원 정신건강질환 팀미팅에 물리치료팀 운동치료사의 자격으로 참여한다.
팀미팅에는 정신과의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운동치료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소규모미팅으로 약 7-8명의 규모이다.
미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하여 장장 90분동안 심도 깊게 환자에 대하여 다양한 선생님들의 의견을 나누고, 미팅장은 각 치료사의 치료내용과 의견을 종합하여 환자차트에 기록하게 된다.
나는 내 운동 수업 때 환자들의 태도와 통증 정도, 동기여 부, 사회성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도 덧붙인다.
미팅에서 의사의 역할은 의학적인 부분으로서 정신건강질환자들의 약물처방 및 약물복용량 조절 등이 주된 담당이고, 정신적인 부분 이외에 외과, 내과적인 질환이 있을 시 의학적인 진단 및 처방을 담당하게 된다.
예를 들면, 우울증환자인데, 과거 심장수술한 경험이 있다거나 혹은 디스크수술을 받았을 경우, 혹시 이런 과거 병력이 현재 우울증을 미치는 정도가 심한지 등 서로 간 연관관계를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의사들이 이런 업무를 맡아 의학적 소견을 담당한다.
임상심리사는 기본적인 치료적 상담기법, 대화 기법과 개인치료와 단체치료에서 본인의 질병, 현재 정신상태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각 환자에 맞는 개인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또한 임상심리사들도 요가수업과 근이완기법 및 명상수업도 진행한다.
사회복지사는 환자 질병과 직업능력 간의 유무 관계, 연금의 몇 %를 받을 수 있을지를 상담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어떤 환자는 힘든 직업으로 빨리 질병으로 인정되어 연금을 받으려고 하고, 또 다른 환자는 하루빨리 병을 치료해서 직장으로 복귀하여 은퇴할 때까지 아무 문제없이 은퇴하여 연금을 100% 받으려고 한다.
어떤 이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내가 왜 병이 걸려서 재활병원까지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직업이 너무 고된 수행할 수 없을 때 이직 여부도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업무이다.
작업치료사는 환자들이 최대한 빨리 직장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생활 속 행동과 움직임 등을 훈련할 수 있는 치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병원에서는 주로 무언가를 만드는 치료들을 많이 한다. 여러가지 도구와 재료가 있으며, 주로 개인이 혼자 작업하며, 학교에서 예술 수업, 미술 수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나는 항상 금요일 미팅을 마치면 약간 녹초가 되어 정신이 약간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몰랐던 환자의 상황을 듣고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치료적 철학은 환자들의 상황을 최대한 나의 인생 경험과 직업 경험을 근거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아파서 재활병원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해해야 더 치료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자의 연령은 40~60대 이다. 이 시기는 인생 전체에 있어서 가장 활발히 활동해야 할 연령대인데, 아픈 어른들을 보면서 인생살이가 참 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 마음 속에 아픈 상처를 가지고 아물지도 않은체 인생이라는 거대한 항해를 계속 나아가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한 주를 마무리한다.
나는 환자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여기서 동고동락하게 된 약 5-6주 시간 동안 잠깐 쉬어가는 인생의 정거장이라고 생각하고, 잠깐 집을 떠나서 여러가지 스트레스와 어려운 문제를 잠시라도 내려놓고 본인의 내면과 마주보고 대화하고, 건강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라고, 그리고 그런 중요한 시간에 내가 함께 있어서 기쁘고, 운동을 통해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보통 독일 병원에 가거나 클리닉에 입원하게 되면 가끔 불친절한 의료진을 만나거나 불편을 이야기 해도 개선되지 않은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보니 모든 의료진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고 여러사람들이 모여 한 명의 환자에 대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오랜 시간 회의를 하기도 한다. 혹시라도 병원에 가게 된다면 좀 더 의료진을 신뢰하여도 좋을 것 같다.
저자: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체육전공자/운동치료사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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