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것질에 진심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새콤달콤, 츄파춥스, 양파링, 자갈치, 오징어집, 알새우칩, 죠스바, 스크류바, 엘셀런트, 크런키, 등등 가리는 것 없이 모든 장르를 좋아하였다. 몇 살 때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였다. 엄마에게 50원을 받아서 집 근처 슈퍼로 신나게 뛰어가 새콤달콤을 하나 골라서 내밀었는데 슈퍼 아주머니로부터, 아고 이를 어째, 오늘부터 이게 100원으로 올랐어, 엄마한테 가서 100원 받아서 다시 와, 하시는 소리를 듣고 망연자실하며 내밀었던 50원을 다시 손에 꼭 쥐고 펑펑 울면서 집으로 간 기억이 있다. 새콤달콤, 그게 뭐라고 그 어린아이가 온 세상을 잃은 듯 펑펑 울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 당시의 꼬꼬마인 나는 정말 지구 멸망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며 터덜터덜 집을 향했을 것이다.
이런 나에게 하리보의 고향인 본(Bonn) 근처의 쾰른에 사는 것은, 어쩌면 천국 같은 곳에서 산다고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슈퍼에 가면 지금까지는 본 적도 없는 하리보와 다른 젤리들이 과자 코너에 한 줄을 가득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종류도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뿐이랴. 밀카와 린트에서 나오는 초콜릿 종류 또한 다채로우며 그 풍미 또한 깊고 진하다. 슈퍼에서 싸게 바움쿠헨(Baumkuhen)을 사면 우유와 함께 아침에 먹기 딱 좋으며 진저 쿠키도 큼직큼직한 게 먹고 나면, 아 과자를 참 잘 먹었구나, 기분이 들게 해 준다. 맥주를 마실 때에는 미니 혹은 스틱으로 생긴 브레첼(Bretzel)을 집어 먹거나 감자칩에 과카몰리를 찍어 먹기도 한다. 오스트리아와 가까워서 그런지 마너 웨하스도 슈퍼에서 종종 보여 집에 사놓는다. 이렇게 매일 슈퍼를 갈 때마다 종류별로 하나, 둘씩 사놓아서 그런지 내 방의 과자 진열장은 언제나 가득 쌓여있어 보고만 있어도 내 마음을 꽉 채워준다.
이 과자 진열장은 내가 일본에 살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일본에서는 방에 과자를 넣어두는 박스를 두었는데, 그 박스에 내가 자주 먹는 과자가 종류별로 최소 2개씩은 있지 않으면 괜히 마음이 불안했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땐 그랬다. 매일 감자칩과 초콜릿을 4 봉지씩 먹던 나날이었기에 갑자기 종류를 불문하고 과자 중 무언가가 먹고 싶을 때 집 안에 그 과자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코 앞에 편의점이 있는데도 뭐가 그리 불안했을까.
지금은 그때처럼 불안한 마음으로 과자를 진열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그날그날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언젠가 먹어봐야지 싶은 것으로, 신기하고 맛이 궁금하게 생긴 눈에 띄는 것으로 골라 사놓는다. 예전처럼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많이 먹지 못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려서 그런지 아쉽게도 사놓은 것들을 한 번에 해결 하지 못 하여 아무 생각 없이 사버린 과자들을 한 곳에 차곡차곡 진열하다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내 방에 다시 과자 진열장이 생겨버린 것이다. 집에 과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슈퍼에 가서 집에 없는 과자를 발견하면 손이 가버는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지만 그다지 고치려는 마음도 들지 않기에 앞으로도 이 생활은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하리보의 고장에 와서 과자에 진심이지 않으면 실례이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만큼 열심히 모든 과자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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