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병원에서 실습생으로 교육받고 있는 학생중에는 50세의 티나가 있다. 어린 학생들 보다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며 이미 관련된 경험이 있어 뛰어난 학생이다. 하지만 티나는 나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동료들이 이미 경험이 있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그녀에게 알아서 하라며 업무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학생신분이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직장에 취직하면 대학에서 배우지 않은 업무까지 담당해야 할 경우 어찌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일 회사에서는 다른 동료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고,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이라면 여러 고객들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경험해가며 배우고 업무를 익혀야만 한다.
또한 한국에서 독일로 막 취직을 하여 온 경우에는 같은 업무를 맡더라도 한국과 다른 독일의 직장 문화, 독일 동료들의 업무 처리방식을 빨리 익혀야만 한다. 나의 지인은 해외기업으로 스카웃되어 높은 직급으로 이직하였지만 서로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직 직후 직원들을 인솔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경험을 많이 하고, 다른 동료 및 고객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간접경험 또한 많이 쌓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먼저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나 직장내 선배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아야 한다. 이렇게 얻은 간접경험을 통한 정보와 지식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직접경험을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적용해 보면서 얻어지는 본인의 경험을 잘 축적한다면 어느새 업무도 쉬워지고 독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이나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간접경험으로 얻어지는 것에는 좋은 내용도 있지만, 나쁜 내용도 있기 때문이다. 안 좋았던 경험, 실수 했던 경험들 또한 잘 새겨듣고 내가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간접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도 있어야 한다.
모든 회사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누구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그냥 출,퇴근 도장만 찍으며 발전없이 항상 똑같이 일만을 하기도 한다. 그 중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는 누구일까? 그건 아마도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여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일 것이다. 일을 한다는 건 아마 경험을 축적하다는 말로 풀어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같이 일하는 임상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작업치료사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배운다. 각각의 직업마다 접근하는 방식, 치료하는 방법들이 다르고, 가끔씩 나는 내가 다른 치료사였다면, 어땠을까? 혹은 나는 다르게 일을 했을까? 등 적극적으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다.
이런 작업은 간접경험을 쌓기 위한 좋은 행동이다. 시간이 나면 동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장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작업들이 학교나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직장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인 것 같다.
나도 종종, 심리치료사가 아닌데 심리상담을 원하는 환자를 만나기도 하고, 물리치료사도 아닌데 물리치료가 가능하냐? 묻기도 하는 환자도 있다. 물론 내가 심리치료사나 물리치료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업무인 운동치료 시간에 있어서 다른 치료사들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많이 쌓다 보면, 본인의 직업타이틀이 불분명해지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나는 그쪽 전공도 아닌데…왜 내가 이 일을 해야하지? 공부에는 끝이 없구나..아님 저런 거까지 내가 일을 해야돼?…..등등.
하지만 너무 본인 직업의 프레임에만 갇혀 있게 되면,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자기분야밖에 모르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가끔 내가 왜 독일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 때, 남들이 하지 못 하는 많은 경험을 쌓고 있구나,, 언젠가 이러한 것들이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저자: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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