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버기븐호, 2019년 함부르크 연안 충돌 이후 2번째 사고 겪어 –
-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 에버그린호에 가로막힌 글로벌 교역에 한숨 –
지난 3월 23일(화) 대만의 해운선사 에버그린(Evergreen) 소속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given)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중 좌초되었다. 2018년 일본 이마바리(Imabari) 조선소가 건조한 길이 400m, 너비 59m의 에버기븐호는 컨테이너 약 2만400개(2만388TEU,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다. 일본의 쇼에이 기센(Shoei Kisen)이 선주(선박의 소유자)이나 에버그린이 상기 선박을 용선하여 운영 중이다. (주: *현재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은 HMM(구 현대상선)이 보유한 2만4000TEU급 알헤시라스호(Algeciras))
이번 좌초의 원인으로는 봄철 수에즈 운하 지역에서 부는 시간당 40~50노트(약 시속 74km~93km)의 모래폭풍이 꼽힌다. 에버그린측은 길이 400m에 육박하는 에버기븐호가 이에 휩쓸려 균형을 잃고 사선으로 돌면서 너비가 280m에 불과한 수에즈 운하를 막아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수에즈운하관리청(Suez Canal Authority, SCA)은 사고 초기 모래폭풍을 주요 원인으로 밝혔으나 이후 운항 미숙과 정전 등 기술 결함에 대한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버기븐호의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독일 함부르크 소재 선박관리회사 베른하르트 슐테 쉽매니지먼트(Bernhard Schulte Shipmanagement, BSM)는 정전으로 인한 기술 결함 가능성을 반박하면서 향후 다양한 이해당사자간 책임공방이 예상된다.
동 선박은 2019년 2월에도 함부르크항에서 출항하다 강풍에 휘말려 인근 블랑케네제(Blankenese) 페리 정류장을 들이받은 사고를 겪었다. 북독일방송(NDR)에 따르면 이번 사태까지 벌써 2번의 사고를 겪은 에버그린호의 유럽 입항을 거부하는 방침까지 논의되는 중인 것으로 가운데, 이번 수에즈 운하 좌초 사태가 글로벌 교역과 독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수에즈 운하 사태가 글로벌 교역과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유럽 교역의 핵심 통로다.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동량은 글로벌 해상물동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수에즈운하관리청이 발표한 2019년 기준 물동량은 약 12억 톤에 이른다. 출발지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지만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유럽 항로에 있어 남아공 희망봉을 경유하는 것보다 대략 6000~9000km를 단축시켜준다. 이는 약 7~10일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높은 통행세에도 불구하고 연간 선박 약 1만9천척(18,830척)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고 있다. 1만5천TEU급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통행세는 선박당 약 70만~90만달러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수에즈 운하는 막대한 통행세 수입을 기반으로 2020년 56.1억달러,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기 전인 2019년는 5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렇듯 아시아와 유럽간 무역에 지름길을 놓아주는 수에즈 운하가 멈추면서 다음 2가지 사항이 우려된다.
① 글로벌 공급망 차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한 차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와해를 겪은 가운데, 수에즈 운하 사태가 다시 한번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2019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1만9천척으로 일평균 50척 이상이다. 노르웨이 선박관리업체 레스 에이전시(Leth Agency)에 따르면 3월 28일(일) 현재 총 327척이 수에즈 운하와 인근 항구에서 운하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세계선사협의회(World Shipping Council, WSC)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의 일일 최대 처리량은 106척이므로, 통행이 당장 재개되더라도 현재 운하 통과를 대기하는 선박 처리에만 최소 3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수에즈 운하 노선을 운영하는 선사들의 운항일정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시간당 약 4억달러에 맞먹는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고 있다. 독일 경제는 수출 중심 경제 성장모델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의 2019년 기준 무역의존도*는 약 88%, 수출의존도는 약 47%를 기록했다. 이는 G20 국가 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독일의 수출입은 글로벌 교역량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이번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주: * 무역의존도는 GDP 대비 수출입액 비중, 수출의존도는 GDP 대비 수출액 비중임.)
독일선주협회(Verband Deutscher Reeder, VDR) 언론홍보실장 크리스티안 덴소(Christian Denso)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운업의 고소도로”라면서 이번 사태로 운항을 멈춘 선박들로 인해 유가 불안과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 둔화가 불가피하고 설명하였다. 독일 공급망관리 전문가 패트릭 레퍼호프(Patrick Lepperhoff)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해운으로 공급받을 시 2~5일 정도의 지연을 예상하고 생산 계획을 세운다”면서 이 기간을 초과하게 되면 산업 생산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는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레퍼호프(Patrick Lepperhoff)는 “대부분의 전자소재가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되는데 운송에 차질이 생긴다면 특히 독일 자동차업계가 큰 피해를 볼 것이다”고 우려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업계 내 반도체 부족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 밝혔다. 유럽 최대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Volkswagen)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차량 약 10만~20만대를 감산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아우디(Audi)도 같은 사유로 1분기 1만대 감산과 함께 임직원 1만명을 단축근무로 전환한 바 있다.
②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해운업계와 수출기업
독일과 유럽 해운업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2020년 2~4월 코로나19 팬데믹 1차 유행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독일 해운업 업황도 급속히 악화됐지만 이어지는 경기부양책 속에 하반기부터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었으며, 여기에 노선 효율화와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높아지며 전화위복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1년 만에 또 다시 수에즈 운하 사태라는 변수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현재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남아공 희망봉 노선으로 선회할지, 아니면 수에즈 운하 정상화를 기다릴지 고심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남아공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 시 운항 기간이 약 7~10일 지연되며 중동의 원유를 유럽으로 실어 나르는 유조선을 기준으로 연료비만 약 30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노선 스케줄의 경우 이미 재조정이 불가피하여 당분간 글로벌 해운물류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HMM은 선박 4척, 덴마크 머스크 라인(Maersk Line)은 15척을 남아공 희망봉 노선 우회시키는 등 글로벌 선사들이 대처 방안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선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도 희망봉 우회를 고심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의 경우 360m 길이의 대형화물선 뉴욕 익스프레스(New York Express) 등 6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 인근지역에 발이 묶인 상태이다. 현재 운하를 막고 있는 에버기븐호의 자매 선박인 에버그리트호(Ever Greet)도 희망봉을 경유하여 유럽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이미 미국과 중국 내 물류 적체와 이로 인한 공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글로벌 해운물류에 차질을 야기한 데다가 유럽의 부활절 기간(4.2~4.5)이 겹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함부르크 항만물류 주식회사(HHLA) 대표 앙겔라 티츠라트(Angela Titzrath)는 이미 올해 초부터 많은 선박이 입출항 일정을 지키지 못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전에 돌입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운하에 장기적인 중단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또한 함부르크 항만 협회(UV HH) 회장 군터 본츠(Gunther Bonz)는 물류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교대 근무가 필요할 것이라 시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점은 수출기업들의 물류비 부담 증가이다. 기본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있는 해운 선사와 달리 수출기업의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비 상승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WCI)는 2020년 5월 28일 기준 1,575.97달러/FEU(40피트 컨테이너)*에서 이미 12월 10일에는 3,451.32달러/FEU로 2배 이상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2021년 들어서도 상승 추세에 있는 컨테이너 운임은 3월 25일(목) 기준 $4,871.72/FEU를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수에즈 운하 사태로 중국-유럽 노선의 운임은 1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가격이 뛴 $8000/FEU에 형성되고 있다. 킬 세계경제 연구소(IfW Kiel)에 따르면, 독일과 중국간 해운노선의 98%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해운운임의 상승뿐만 아니라 해운 대신 항공운송을 선택할 수출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운임의 가격도 덩달아 인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 * 영국의 글로벌 해운조선업 리서치 기관인 드로리(Drewry)에서 발표하는 지수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 8개 기간항로(Main Line)를 중심으로 집계하는 통계임)
시사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3월 글로벌 해운업계가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후 다시 1년 만에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아시아-유럽 해운물류의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루어지는 가운데 양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며, 독일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재료 공급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가 등 단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가 입을 피해도 우려된다.
또한 올해 초부터 물류 적체 현상과 이로 인한 공컨테이너 수급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겹치면서 해운선사와 수출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해운운임은 단기간에 더욱 상승하고, 동시에 대체수단인 항공운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시 항공운임의 동반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와 유럽지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가운데 3월 29일(월)에는 에버그린호의 일부 부양 성공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최대한 빨리 수습되어 글로벌 교역이 다시금 순풍을 맞길 간절히 바래본다.
자료: 독일선주협회(VDR),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함부르크 항만공사(Hafen Hamburg),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IfW Kiel), 브레멘 해운 경제 물류 연구소(ISL), 수에즈운하관리청(Suez Canal Authority, SCA), 세계선사협의회(WSC), 북독일방송(NDR), 독일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 일간지 벨트(Welt), 일간지 슈피겔(Spiegel), 일간지 FAZ(FAZ), Blaulicht News, Bloomberg, , Business Insider, Deutsche Welle, Drewry, Hamburger Abendblatt, Leth Agencies, Lloyd`s List, Reuters, Shiplilly, shz.de, Tagesanzeiger, Tagesschau, Tagesanzeiger, The Guardian, 각 기업 홈페이지 및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 출처: 독일 함부르크무역관 김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