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준비(한국vs독일)
초등학교 입학전에 무얼 준비해야 할까?
초등학교 예비반
한국의 7살(만5세) 아이들은 태어나서 첫 번째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1년 후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라고해서 엄마들이 준비를 단단히 시킨다.
한글은 이미 3살때부터 가르친 아이들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들은 늦었다고 말하며 한글은 떼고 들어가야 뒤쳐지지 않는다고 부랴부랴 서두른다.
거기에 더해, 기본 덧셈 뺄셈에 구구단까지 외우게 하고, 한자, 영어, 방대한 양의 독서까지 스케쥴만 들어보면 7살의 하루가 고시생과도 흡사할 정도다.
(물론 한국의 모든 부모가 그렇지 않다.)
과연 7살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러한 공부들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학습을 시작할 준비를 위해서 미리 학습을 해야 하는가?
독일 유치원에서 7세(만5세) 아이들은 Vorkurs라고 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 준비과정 시간이 있다.
우선, 다른 동생들 앞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나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게 해 준다. 그리고 서서히 학교라는 곳에 대해 받아들이고, 스스로 학교 수업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해 보고 부모님과도 이야기 나누며 입학에 대해 결정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면,
- 장거리를 걷는 연습을 한다.
-유치원에서 버스를 타고 초등학교를 가보기도 하고, 동물원에 가기도 하고, 신호등 건너기, 전철타기 등을 선생님과 함께 해 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점점 더 먼 거리로 늘려가며 걷는다.)
- 초등학교 수업에 참여 해 본다.
-초등학교와 연계하여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다. 수업 분위기도 느끼고,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규칙들이 있는지 직접 보고 듣고 선배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유치원에서 온 예비학생들도 만나면서 이야기 나누며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와 마음가짐을 가진다.
- 조금 더 어렵고 세심한 수작업을 한다.
-뜨개질로 작은 가방이나 나무를 가지고 칼 만들기 등, 연필을 쥐는 힘을 기르고 매일 조금씩 6개월~1년에 걸쳐 꾸준히 해내는 작업으로 지구력을 키운다. (유치원마다 다른 고유의 과정이 있다)
- 책가방을 준비한다.
-유치원생과는 전혀 다른 크기의 초등학생의 책가방을 준비하고, 학교에 견학 갈때 빈 책가방을 메고 간다.
- 신체 검사를 받는다.
-초등학교가 지정되면 그 지역의 보건국에서 입학전 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온다.
아이가 학습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 수업을 받는데 어려움은 없을지, 성장 발달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검사는 일반적인 신체발달 점검 및 예방접종 확인과 언어 및 지능 검사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건강 검사에서는 키, 몸무게, 시력, 청력, 호흡기 검사를 하고, 간단한 그림을 따라 그리는 손근육 검사, 제자리 뛰기와 번갈아 뛰기, 발가락으로 뛰기, 중심잡기 등의 대근육 검사를 한다.
두 번째 지능 검사에서는 모국어와 생활언어에 대한 수준을 묻고, 독일어 알파벳 발음을 체크하고, 몇 가지 단어와 높임말의 구분, 숫자를 10까지 셀 수 있는지 말해 보는 검사를 했다.
(이 검사의 내용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검사를 마치고 나면 담당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되는 지적,신체적 능력을 갖추었는지 결과를 말해 준다. 그리고, 결과지를 학교로 직접 보낸다. ( 혹시 이 검사에서 부적합으로 나온다면, 담당자는 아이가 아직 배울 정도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유치원에서 1년을 더 보내고 천천히 보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적합한 결과에 따라 학교에 입학 할 수가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돌봄체계에서 배움체계로 들어가는 시기, 또래의 많은 아이들과 사회화를 시작하며, 원하던 원하지 않던지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규칙과 규율에 따라서 행동해야 하는 전혀 새로운 단체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 초등학교 입학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부모들은 무엇을 준비해 줘야 할까?
유치원을 졸업하면 당연하게 초등학교에 가는 것이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당연하게 대학교에 가야 하는 것, 대학교 졸업하면 당연하게 회사에 취업해야 하는 것….
목적의식 없이 자신의 현재에 대해,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보다는 스스로가 마음의 준비를 가질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큰 어른도, 작은 유치원생도…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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