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지난 해 9월 부터 한 렌트가 회사와 차량 반납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당한 후 몇 개월간 수십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은 후 일단락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구텐탁코리아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조심할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하신 정병진님 (Youtube: newsdaddy) 께 동의를 구한 후 기사화 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 억울하게 렌트카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지난해 9월 저를 분통 터지게 만들었던 랜터카 휠 사건.. 이제 시간이 꽤 흘러서 그런지 이메일만 열어도 울화가 치밀던 증상이 사라졌네요, 당시 공유했던 제 글에 성심껏 조언 • 격려해주셨던 회원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랜터카 싸게 빌리려다가 그놈의 비싼 독일 인생 수업료 낸 경험을 공유합니다.
대차부터 사건 발생, 대응까지 잘 읽어보셔요. 다른 분들께선 부디 독일에서 랜터카 빌렸다가 복장 터지는 일 없길 바래봅니다.
- 차를 빌렸다
11.09.20~12.09.20까지 일수로 이틀, 시간으로 24시간을 빌렸습니다. 낮에 빌려서 반납할 때 20시 정도 됐어요. 뉘른베르크에서 뮌헨을 다녀오는 코스였습니다. Check24에서 검색했어요. 해당 시점에 제일 싼 가격을 제시한 렌트가 업체에서 폭스바겐 차량을 빌렸습니다.
- 보험
보험은 풀커버가 아니었어요. 운전병 경력만 믿고 의기양양하게 기본 대인대물 보장만 가입했습니다. 차량훼손이나 사고 발생 시 자기부담금도 책정되는 옵션으로 진행했습니다. 이게 화근이었죠.
- 인수
지점장에게 차량을 인수 받았습니다. 이때 동영상을 그 양반도 나오게끔 해서 꼼꼼하게 찍었어야 했는데.. 저는 문짝, 앞뒤 범퍼, 사이드미러, 유리 사진만 잔뜩 찍었습니다;; 정작 놓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바퀴였어요!!
- 운행
뉘른베르크에서 뮌헨까지 잘 다녀왔습니다. 워낙 도로가 잘 닦인 경로였고 어려운 구간도 없었어요. 사람 많은 복잡한 곳도 안 갔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볼 일 보고 돌아왔지요.
- 반납
밤 20시경 토요일에 지점 주차장에 차 대고 나왔습니다. 안내 받은대로 했죠. 열쇠는 Rückgabe 함에 넣었고요. 그런데 이때도 차 상태 동영상을 쭉 찍어놓았어야 하더라고요. 야간이면 플래시 켜고 처음 상태와 동일한지 상이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남겼어야 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한 바퀴 쓱 돌면서 봤을 땐 큰 이상이 없어 보였습니다. ‘싸게 잘 타고 반납했네’ 스스롤 기특해 하며 집에 갔습니다.
- 950유로 인출
이튿날인 일요일. 750유로가 대차할 때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추가 결제됩니다. 200유로가 보증금이었어요. 토탈 950유로가 나간 건데, 그 순간 ‘풀커버보험 정말 안 할 거냐, 이거 차 손상되면 자기부담금 있다’고 한 번 더 강조하던 랜트카 지점장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한테 아무런 사전 확인도 없이 그냥 돈을 빼간 것은 무슨 논리인가요. 나중에 저쪽에서도 인정한 ‘지나침’? ‘유감’?에 해당하는 처사였습니다.
- Felge
지점에 따지러 갔더니 휠(Felge)이 손상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점장이 인트라넷에 올라온 그 차 사진을 보여줍니다. 정면샷 하나, 바퀴 사진 하나. 타이어와 휠이 맞닿는 부분에 7~8센티미터가량 흠이 나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자고 했죠. 휠과 맞닿은 타이어(Reife)는 멀쩡했습니다. 휠보다 타이어가 더 뿡뚝하게 튀어나와 있거든요. 저 휠이 저렇게 벗겨지려면 연석 같은 곳에 닿아 긁혀야 합니다. 하지만 휠만 손상돼 있었고 그조차 때가 끼어 있었습니다. 타이어는 멀쩡했죠.
당시 저 사진을 공유했을 때,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셨던 어떤 분께서 “손상이 과거에 있었고 타이어는 최근 새로 갈아끼운 것 같다”는 소견을 전해주셨습니다.
운행 중 너무 평화로왔고 연석에 닿을 만한 곳에 간적이 없었던 저로선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격앙되니까 당시 B1~2 수준이던 제 독일어가 ‘방언 터지듯’ 술술 나오더군요. ‘저건 연석에 닿아야 날 수 있는 손상이다, 타이어 멀쩡하지 않느냐’, ‘내가 저 차를 손상시켰다는 증거가 있느냐, 저 손상을 물어야 되는지 여부는 너희들이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 ‘차 손상된 거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어디 있느냐’
아니 950유로나 뜯어갈 상태의 차인데 그 사이에 또 다른 고객에게 빌려줬다는 거에요. 어찌 그럴 수 있느냐 950을 가져갔으면서! 공장이나 어디든 들어갈 것 아니냐 어디 공장 들어가는지 알려달라고 따졌습니다. 때론 읍소하고 갑자기 웃으며 회유하다가 또 따지길 수 시간. 이윽고 지점장이 입을 엽니다.
“그럼 공장에서 견적 내보고 수리비용 나온 만큼만 받을게”
아. 흥정을 하다니. 쎄했습니다. 정말 제가 잘못한 거라면 흥정을 왜 하나요. 자기네들도 마땅히 제 과실을 입증할 수 없었습니다. “너네가 내 잘못을 입증해라” 했더니 “그건 우리도 할 수 없으니 수리비만 내라. 수리비는 나오면 알려주마”라고 일단락지었던 겁니다.
당시 커뮤니티에선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독일어 잘 안 되는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흔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무슨 소리!” 하며 펄쩍 뛰었고 저도 수리비를 얼마나 부를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 압박
당시 “공식 계정에 항의해보라. 본사 소셜 계정으로 공개 항의했더니 다 돌려주더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엔터프라이즈가 미국 회사더라고요. 본사 트위터 계정 가보니
It’s never too early to dream of the perfect getaway. Book now for a trip…
어쩌구 폼 잡고 있기에 옳거니! 여기에 댓글을 쭉 달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너네도 내 과실 입증 못 한다. 왜 내 돈 그냥 빼가나. 공식 페북에도 올렸습니다. 담당자한테 디엠이 오더라고요. ‘니가 트윗 댓글 단 거 봤다. 울 담당자가 알아보겠다. 양해를 해달라’ 이후 지난한 공방이 이메일로 이어졌습니다.
- 환불 550유로
결국 환불은 토탈 550 받았습니다. 400유로 가져간 겁니다. 수리비는 596.38 유로 나왔는데 담당자들도 저 돈 다 못 받겠다고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제 과실을 입증할 수도 없었지만 저도 제 무고를 입증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영상 안 찍어 놓아서요. 본사에서 날아온 최후 통첩 메일에도 같은 논리가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네 대차 이전에 이런 손상이 등록된 게 없었다”며 “그럼 네가 차 빌린 너의 대차 시간 탓”이라는 창의적인 결론이 나왔습니다.
“Der entstandene Schaden ist daher Ihrer Anmietzeit zuzuordnen.”
수십통의 이메일을 2달가량 주고 받았습니다. 저도 풀커버 보험도 안 든데다 동영상도 차 빌릴 때 안 찍어놓았으니 ‘독일 짬밥 수업료’로 400 유로를 고이 보내주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긴 싸움이었습니다. 카드 승인 취소 확인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 변화
요즘엔 주로 카셰어링을 씁니다. 간편하더군요. 대신 타기 전과 후로 차량 전체 면과 지붕까지 찍어놓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영상을 지웁니다.
#3줄요약
- 렌터카 빌릴 땐 풀커버 보험에 들자(들어도 뜯기는 경우 발생한다는 게 복병)
- 동영상을 꼭 전방위로 찍자(바퀴 범퍼 문짝 등에 난 긁힘, 내부상태까지)
- 차를 안 타도 되는 환경을 만들거나 걍 내 차를 사자.
*글 제공자: 정병진 / youtube: newsda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