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는 운전 중 주변 환경이나 교통 상황을 녹화하여 사고 발생 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좋은 수단이 됩니다. 그러나 독일에서의 블랙박스 사용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많은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블랙박스를 증거 목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촬영이 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고, 어떤 상황에서 교통 사고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사고와 같은 특정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보호법 준수해야 하는 것이 원칙
블랙박스라는 공식 명칭이 생기기 전 독일에서는 대시 캠이라고 불리던 차량용 소형카메라가 이미 예전부터 공식적으로 곳곳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운전자는 운전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대시 캠이 내장된 헬멧을 착용했으며 경찰들은 경찰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자 몸에 바디캠을 장착하고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시 캠이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차량 블랙박스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아직도 많은 운전자가 독일에서 블랙박스의 사용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확히는 독일에서 블랙박스 사용이 금지된 것이 아닙니다. 특정 상황을 기록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시 녹화가 되도록 하는 것은 데이터 보호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블랙박스가 사고 상황과 같은 특정 상황을 촬영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짧은 주기를 두고 덮어쓰기 형식으로 녹화해야 하고 이처럼 데이터 보호법을 준수해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이 사고 상황을 설명할 수 있고 사고 당사자에게 유용하게 쓰인다면 데이터 보호 조항에 위반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례
실제로 독일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 영상이 증거로 인정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차량 벌금 전문 정보 업체인 busgeldkatalog에 의하면 2018년 독일의 한 지역에서 좌회전 차선에서 좌회전하다가 두 개의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누구에게 사고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던 중 양측 운전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차량에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지방법원은 블랙박스 영상이 초상권 침해 등의 문제로 데이터 보호법에 위반된다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연방 사법 재판소는 이를 증거로 받아들여 판결이 뒤집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와 같은 판결의 이유에 대해 연방 사법 재판소는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데이터 보호법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영상이 사고 당시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고 사고 조사자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증거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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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영상 무단 유출 시 최대 2천만 유로 벌금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용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 블랙박스로 촬영된 영상을 무단으로 유출할 경우 최대 2천만 유로가 벌금으로 부과됩니다. 또한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에 녹화된 다른 사람의 위법 행위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에도 벌금이 부과되는데 이는 법을 집행하기 위한 비디오 촬영은 경찰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독일에서 블랙박스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도 점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블랙박스 규정도 차량 블랙박스 규정과 동일하며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부착하는 방법과 위치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카메라가 안정적이고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블랙박스 사용 늘고 있어
ADAC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으며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또는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부정부패로 만연한 러시아 경찰을 믿지 못하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교통사고 후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차량 기본 장비로 구매하고 있으며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에서는 증거자료를 위한 블랙박스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에서는 개인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고 오스트리아는 허가 후 블랙박스 사용이 가능합니다.
작성: s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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