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독일로 이민을 오게 되면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까지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어려움과 낯섦을 받아들이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가끔은 내가 독일에 꽤 오래 살았어도 여전히 느껴지는 이방인 같은 느낌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에 공감하신다면 독일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1. 시간 약속? 그것은 언제든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느낄 때
독일인에 대한 잘 알려진 고정관념 중 하나는 시간 약속을 매우 잘 지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에 살다 보면 이 시간 약속이 오히려 한국보다 심하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비자 업무와 같이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도대체 공무원들은 일을 하고는 있는 것인지,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길래 S-Bahn은 평소보다 30분이나 늦게 오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어 이민 초반에는 아주 답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초연한 마음으로 “테어민(약속)은 언제든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는 것이다” 라며 생각하면서 다시 약속을 잡거나 태연하게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면 독일에 어느정도 적응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장 볼 때 연휴를 체크할 때
독일에 살면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모든 상점이 영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민 초기라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문닫는 일요일 이전에 장을 보실텐데요. 하지만 문제는 연휴 때 발생하곤 합니다. 부활절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등 기타 연휴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독일 생활 초기에는 장 보는 기간을 놓쳐 자칫하면 배고픈 연휴를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장 볼 때 연휴나 공휴일을 미리 파악하고 계신다면 이미 독일에서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옷을 살 때 검은색과 방수에 집착할 때
누군가 독일인이라면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 같은 MUST HAVE ITEM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Jack Wolfskin 검은색 바람막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봄과 겨울 일교차가 심할 때, 가을과 겨울철 빗방울이 떨어질 때 가장 실용적인 옷은 방수가 되는 검은색 바람막이 재킷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살면서 옷을 쇼핑할 때 화려한 옷보다 어두운 계통에 방수기능이 있는 옷을 자주 찾게 된다면 독일 날씨에도 적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추가로 비 올 때 우산 말고 바람막이 모자를 쓰고 걷는다면 이미 독일인과 같은 수준으로 적응한 것입니다.
4. 한국 인터넷 속도에 깜짝 놀랄 때
독일 통신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방식이 대부분 비대칭형 인터넷(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가 다름)인 데 반해 한국은 대칭형 인터넷(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가 동일)이 보급되어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속도와 성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의 인터넷은 속도가 빠른 상품으로 계약했더라도 기본적으로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가 달라 끊기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독일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잠깐 방문했을 때, 인터넷을 실행시키자마자 바로 뜨는 웹페이지에 놀란다면 당신은 이미 독일 인터넷 환경에 적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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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도 모르게 150km로 달릴 때
아우토반은 제한속도가 없는 구간이 있어 빠른 질주를 즐기는 분께 꿈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00~120km 속도로 카메라 단속을 경험한 많은 한국분들께 아우토반은 “나 빼고 다 빠르게 달리는 차가 많은 곳”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독일 고속도로에서 흐름을 맞추고자 달렸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150km를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있다면 독일에서 운전할 때 적응은 마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여행을 6개월 전부터 계획할 때
독일의 휴가는 크리스마스 기간, 부활절 기간, 성령강림절 기간, 여름휴가 기간 등 길게, 그리고 자주 있습니다. 이 휴가 기간 동안 만족스러운 휴가 장소와 숙박시설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독일에서 하는 일들도 늘 약속(테어민)을 정해놓고 처리하는 것과 같이 휴가도 미리미리 계획하고 계신다면 독일에서의 휴가를 준비하는 법을 이미 터득한 상태입니다.
7. 우편함 열어보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때
독일어가 낯선 이민 초반에는 매주, 매달 쏟아지는 우편물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편함에 있는 편지 봉투의 색과 두께만을 보고도 은행에서 온 것인지, 보험사에서 온 것인지, 전기/가스 회사에서 온 것인지 독일 생활의 달인처럼 직감적으로 알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편지를 열어보기도 전에 돈을 내라는 편지(특히 과속으로 인한 벌금)인지 광고나 단순한 안내문인지까지도 본능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쯤 되면 독일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에 정착하면서 들게 되는 생각에 약간의 재미를 더해 정리 해보았습니다. 다른 나라에 적응한다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때론 실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독일 생활에 적응이 힘드신 분이 계시다면 조금만 더 힘내셔서 원하는 바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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