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애 끝 결혼.
6년 사귄 남자 친구와 결혼했다
사계절을 6번이나 거쳐 온 사람과의 결혼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 옆에는 항상 그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고 그와 하루라도 통화하지 않는 날에는 보고 싶었다. 그렇게 서둘러 부부가 됐다. 남들은 우릴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와, 6년이면 서로 얼굴만 봐도 알겠네.”
그때마다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그 이유는 정말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하면 할수록 모르는 사람과 결혼한 기분이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결혼 후에는 사람이 몰라보게 바뀐다.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표현이 딱 맞다.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이 낯설어지기 시작한 건 신혼여행 갔다 온 다음날부터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는 서로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려하는 마음은 저 멀리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서로를 위한다는 가증스러운 가면 뒤에 숨어 서로를 재기 시작했다. 연애 때 안 하던 짓을 결혼해서 하다니,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연애 때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결혼 후에는 서로를 바꾸고 싶어 했다. 그 본심에는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다.
‘네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런 사람 처음 봤어’
‘걔네는 한 번도 안 싸운데, 우리는 왜 싸우는 거야?’
‘(친구 커플을 보고) 연애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그런지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더라.
우리는 왜 그래? 부부라 그래?‘
남들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비교하며 서로를 힘들게 했다. 나도 그랬고, 남편도 그랬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더 많이 사랑해 주라는 거였다. 무슨 애정 결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사랑 표현을 많이 해달라고 남편을 자주 괴롭혔다. 그런데, 정작 나는 사랑 표현을 잘하지 못했다. 친구들 앞에서 손잡는 일도 부끄러워하면서 남편이 손잡아 주기를 바랐고 ‘자기야’라고 부르는 남편에게 왜 그러냐고 정색한 적도 있다. 노력조차 안 하면서 상대방이 해주길 원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다.
나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알아서 해주길 바랬다. 최근에 이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강하게 깨달은 게 있다.
남들의 행동 중 부러운 게 있다면 남편한테 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남편도 마치 내 행동의 거울처럼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네가 먼저’가 아닌 ‘내가 먼저’라는 마음을 품으면 그 예쁜 마음은 돌고 돌아 나에게 오게 돼있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사랑해야 한다. 언젠가 돌아올 따뜻한 손길을 위해
내 아내가, 내 남편이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그냥 외면하고, 돌아서지 않고 먼저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을 하고 더 사랑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자.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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