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와해시킬 싸움은 그만두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남편은 부부 싸움을 종료할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한 상담을 받아들였다. 아내보다 남편이 상담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편의 상담 결정은 대단한 일이다. 내 생각엔 1년간 진행된 상담을 통해 남편은 본인 탯줄을 인식하고 원 가족 관계를 통찰했다. 게다가 부모님과의 관계가 끈적끈적하지 않고 건강해졌다. 팩트 공격에 더 이상 발끈하지 않는 걸 보면. 매사에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행동했다. 덕분에 난 남편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
상담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시동생의 하극상에 대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시동생이 내게 사과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현명한 중재를 이끌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시댁과 통화하기도 강요하지 않고 시댁에서 여름휴가도 보내지 않는다. 30년간 남편에게 익숙한 음식이 택배로 배달되곤 했는데 그것도 더 받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정중히 말씀드렸다. 내 마음이 안정되고 풀어질 때까지 시댁에 관련된 모든 것-방문과 전화-을 강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상한 아내에게 예전과 같은 태도로 부모님 뵙기는 폭력이다. 남편이 취한 현명한 태도는 시댁과 어색한 관계가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상담이 준 선물이다.
결혼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선 예측 불가능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시댁(처가)과의 갈등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예측 불가능하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겪어보지 못할 문제고 최초로 경험한 묘한 관계다. 내게 일어난 사건을 대충 덮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한 일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상담은 부부 서로의 원 가족뿐만 아니라 현재 모습을 탐색하고 부부관계의 역동을 알아가기에 좋은 기회다. 배우자를 알아가는 만큼 자기 이해도 높아진다. 잊기 어려운 상처를 겪었음에도 남편이 중간에서 지혜로운 태도를 보인 덕분에 시댁과의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남편에게 상담을 권했을 때 거절했다면 결혼은 지속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둘째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테고. 결혼 전에 각자 살았던 정서와 문화가 화성과 금성만큼이나 먼 거리임을 인식하고 대처하니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 낭비가 줄었다. 결혼으로 인한 행복도가 높아지고 긍정적인 영향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흐른다. 내가 바라던 행복한 가정의 초석은 만든 셈이다.
- 작가: 김유진 / 에세이스트,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저자
한국에선 가족치료 공부 후 부모 교육을 했으며 현재 마더코칭연구소를 운영하며 2016년 여름부터 독일에 삽니다.
- 본 글은 김유진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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