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12년 혹은 13년의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며 학교의 종류에 따라 졸업시험의 개념인 아비투어와 파흐아비투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독일 생활을 어느 정도 해보신 분이라면 이 단어를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 과연 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한국의 수능과 같은 개념일까요?
독일의 고등학교
우선 독일의 고등학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한국에서도 인문계와 실업계 고등학교로 나뉘듯이, 독일 역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김나지움(Gymnasium)과 특정 전문 계열의 기술 전문 학교(Fachhochschule)로 나뉩니다. 학생들은 4년간의 초등교육과정을 거치며 어느 학교로 진학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성적에 따라 결정이 되기도, 또는 학생의 목표, 즉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에 따라 결정이 되기도 합니다. 대학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9학년 혹은 10학년까지의 중등교육과정을 마치고 고등교육과정을 밟게 됩니다.
이때 특정 전문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같은 계열의 대학 진학을 돕는 학교를 기술 전문 학교는 주로 예체능 계열이나 특정 분야의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며, 보통 졸업 후 한국에서의 전문대 개념을 가지는 Hochschule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으나, 간혹 일반 대학교로 진학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독일의 고등학교는 한국의 고등학교 시스템과 큰 차이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가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두 가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각 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목을 고등학교 3년 동안 더 집중적으로 깊게 배우게 됩니다. 또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 외에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을 추가로 선택하여 들을 수 있으며, 일부 과목은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일정 이수 시간을 채우면 그 과목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고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독일 고등학교 시스템은 학생의 개성과 자율학습화에 굉장히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의 입시제도
그렇다면 독일의 입시제도는 어떠할까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아비투어나 파흐아비투어는 한국의 수능과 비슷하지만, 마냥 같은 개념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술 전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파흐아비투어를, 일반 김나지움에 다니는 학생들은 아비투어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한국의 수능과 같은 개념이라기보다는 학교 졸업을 위한 졸업시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능을 모든 학생이 보지 않더라도 졸업이 가능할 뿐더러, 수능성적이 아닌 내신성적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도 많지만, 독일에서는 졸업을 하기 위해 아비투어나 파흐아비투어를 무조건 봐야합니다. 또한 독일에서는 “아비투어 점수”라고 하는 최종 졸업 성적으로 입시를 하게 되는데 이 점수를 위해서도 아비투어나 팍아비투어는 필수적입니다.
우선 “아비투어 점수“는 고등학교 내신 60%와 졸업시험인 아비투어 시험점수 40%를 합산하여 계산합니다. 내신점수는 한 과목당 발표점수 50%와 한 학기당 두번의 시험점수 50%를 합산하여 산정합니다. 여기서 발표점수란 수업 시간 동안 한 발표의 횟수와 퀄리티를 종합하여 산출된 점수를 말합니다.
독일의 모든 시험은 한국과는 반대로 모든 문제 유형이 서술형이며 배운 내용과 관련한 학생 본인의 생각과 주관을 응용하여 서술하는 식으로 나오게 됩니다.
아비투어 시험은 총 5과목을 보게 되는데, 이 중 본인의 전공과목 2가지와 독일어 그리고 수학은 필수과목으로써 시험을 보게 되고, 남은 한 과목은 학생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3가지 과목은 필기로 나머지 2가지 과목은 구두시험 혹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선택하여 보게 되는데, 본인 전공과목 2가지는 예외 없이 모두 필기시험을 봐야 합니다. 또한 모든 과목을 세 가지의 큰 카테고리로 묶어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소 한가지 과목이 시험과목에 포함되어야 하는 조건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는 학생은 수학과 물리는 무조건 필기시험으로 봐야 하며, 또 다른 필수 과목인 독일어는 필기시험, 구두시험 혹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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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등학교의 점수 제도는 0점부터 15점으로 나뉘며 15점부터 1+, 1, 1-, 2+, 2, 2- … 6과 같은 방식으로 등급이 매겨집니다. 또한 5점 아래부터는 운터풍테 (Unterpunkte)라고 하여,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점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3과목의 필기시험을 먼저 보게 되는데, 만약 이 3과목 중 한 과목이라도 0점이 나오게 되면 그 과목은 무조건 구두시험으로 재시험을 보게 됩니다.
0점이 아니라도 학생 본인이 원한다면 구두로 재시험을 볼 수 있으나, 구두시험 점수에서 이전에 필기시험에서 받았던 점수보다 3점 이상 높은 점수를 획득해야 최종성적으로 이전 필기시험에서 받았던 점수에서 1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며, 만약 구두시험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구두시험 점수가 최종성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을 본 다섯 과목 중 세 과목 이상이 운터풍테이거나, 다섯 과목의 점수합계가 25점 보다 아래이면 졸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 모두 최선을 다하여 시험에 임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의 아비투어 그리고 파흐아비투어는 한국의 수능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며 조금 더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아비투어 점수로 독일 내 모든 대학교에서 본인이 원하는 과에 지원하여 공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인기가 많은 과나 대도시에 있는 학교들은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NC 라는 점수 커트라인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에 자신이 원하는 과를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다는것이 독일 입시제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작성: Yiel.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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