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99-88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며, 전체 일자리의 88%를 중소기업에서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있는 대형 자동차 회사, 슈바르츠 그룹(리들,카우프란트), 제약회사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코로나로 전세계의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독일이 비교적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건강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히든 챔피언이라는 단어는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히든 챔피언이란 독일의 경제학자인 헤르만 지몬이 만든 용어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강한 기업들을 말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헤르만 지몬의 발표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분야별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기업은 2,734개가 있으며, 그 중 한국은 23개의 기업이 포함된 반면 독일 중소기업은 1,307개로 전체의 47.8%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중소기업이 많으며 중소기업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기업과의 관계
독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보다는 파트너로서 관계가 강합니다.
우선 독일 중소기업은 스스로를 ‘을’의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대등한 관계, 상호신뢰적인 관계, 존중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주력 사업의 특허 및 기술력은 대기업인 아닌 중소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이 항상 경쟁력이 있는 제품들을 개발, 생산하고, 항상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경쟁할 필요나 걱정이 없습니다.
수출 중심인 독일 중소기업
유럽연합에서 정의하는 중소기업은 직원수 250명이하, 최대 연수입 5천만 유로이하인 기업을 뜻합니다. 이 기준으로 독일 중소기업의 수는 약 350만 개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독일내에 국한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수익의 97,1%를 해외수출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이용하기도 하며, 거리적으로도 러시아, 중국 시장, 아프리카까지 접근이 쉬운 지리적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기업을 이어오며 장인정신으로 품질좋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국가적 이미지 또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많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였다고 합니다.
직업교육과 기업과의 연계
독일은 레알슐레, 아우스빌둥 등을 통해 어릴때부터 기술을 배우거나 관심있는 분야를 경험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이스터 제도를 이용하여 대학학위를 가진 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졸업하기 전 기업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자율적으로 실습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조금이나마 경험이 있고 숙련된 사람들을 바로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학생들도 무조건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기보단 다양하고 탄탄한 중소기업으로의 취직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를 잃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 더이상 직업을 유지할 수 없을때에도 이직을 위해 정부로부터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를 통해 기업에서도 인력의 부족함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창업의 동기부여
헤르만 지몬의 히든챔피언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중소기업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창업으로 시작하여 중소기업으로 발전한 많은 사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하면서 창업의 동기부여를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창업, 특허, 투자는 불분명한 미래만 쫒다 실패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반면, 독일에서는 능력이 되면 직장생활을 하지말고 창업을 하거나 자영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또한 법적인 제도들도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에 창업에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으며, 이들이 10년~ 20년 후에 성장하여 또 하나의 히든 챔피언이 되어 독일 경제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작성: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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