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뜨거운 여름 7월
나는 베를린 남부지역에 사는데 요즘 새로 짓고 있는 놀이터는 완전 북쪽에 위치한다.
집에서 지하철타고 1시간 30분정도 걸리고,, 무심하게도 독일의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없다..
36도의 미친 기온에 뜨거운 햇빛이 더해진 전철 안에서 익혀지다가 내릴때 쯤이면 사우나를 오래하고 나와 띵~~ 어지러운 기분이랑 꼭 같다.
대략 60일정도 걸려서 설치가 완료된 Ludwig Platz Spielplatz.
강민이가 방학기간이라 놀이터 설치현장에 데리고 가기도 했는데, 멀고 더워서 힘들어했지만 어른들이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언제나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허락해 주는 마음 열린 Casten 과 Frank, Mattias!
매끄럽게 잘 빠진 녀석이 드디어 도착했다. 몸통이 셋으로 나뉘어져 온 녀석을 한 몸으로 만들어 주는데에만 3시간이 걸렸다. 조인트 부분은 나사볼트가 꽉 조여졌는지 3명이 한 번씩 3번을 체크한다.
미끄럼틀이 부착됐다. 2일동안 이 작업에만 모든 인력이 집중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미끄럼틀 착지 부분 위치가 살짝 옮겨져서 어래 지지대 부분의 땅을 파내고 콘크리트도 깨고 다시 기초공사 작업을 해야 한다.
(미끄럼틀의 길이가 길고 굴곡이 있다보니 설치조립하면서 변경이 생길 수 있다. 컴퓨터로 계산한대로 100% 실현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도착 지점 시멘트 바닥 면적 (2mx1.5mx0.4m)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이고 Reinikendorf 시청에서 처음으로 주문한 10m 높이의 놀이기구이다.
지자체에서 공원내에 1억원짜리 놀이기구를 주문하는 건 쉽지 않다. 이 공원은 주로 어른들이 산책을 하는 편이고, 시청에서는 가족이 함께 더 오랜 시간을 이 공원에서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짓기로 했다. 자연을 최대한 보호하는 범위 내에 설계된 이 곳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숲 속에서 어울려 운동하게 될 시민들이 부럽다. 아니, 그렇게 계획하고 시행하는 지자체가 존경스럽다.
공원 내에 빈 공간들에 총 4군데에 놀이공간을 만드는 것이 전체 계획이다.
탁구대와 그네, 작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그리고 이 녀석.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색상 배합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했다면 좀 더 연하게 갔을거다. 숲속에 다람쥐집처럼^^)
어쨌든 안전하고 재밌게 지었으니 아이들이 와서 놀 생각에 가슴이 벅찬다.
한국에서 종종 벌어지는 계획 중에, 나무든 풀이든 깔끔하게 싹 베어버리고 네모나게 바닥을 만든 후-합성고무칩 바닥을 말끔하게 깔고 플라스틱 복합놀이대라는 기구를 몇 개 세워 놓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자연은 있어도 좋고 없으면 말고 하는 장식품이 아니다.
사람이 더 행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지만, 자연을 훼손하면서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 갈 수 있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편의를 위한 디자인도 좋지만, 자연을 보호하면서 약간의 불편한 디자인이라면?
사람이 좀 돌아가도 되지 않나? 자연은, 숲은 공짜로 음이온도 막 퍼주는데…
인간은 변화에 적응하며 움직이는 존재이지만, 나무는 아무리 마음이 앞서도 몸은 움직일 수가 없잖아..
문득, 옆구리가 날카롭게 베어져버린 제주도 비자림로의 삼나무들과 그 옆의 친구들이 얼마나 울었을지…
차량도로 좀 더 넓혀서 얼마나 더 빨리 가려고, 그래서 얼마나 더 잘 살려고,..
그게 주민(主民)들을 위한 편의 계획이였을까? 삼나무들은 제주도의 주목(主木)인데…걔네들은 뭘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그 자리에서 같이 살아가기만 원했을 뿐일텐데..
나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디자인 하자! 기억하자!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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