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캠퍼스를 다니다 보면 갓 신입생이 된 어린 학생부터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 중년의 대학생 그리고 노인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다닌 대학에는 Frauenstudium, Seniorenstudium이 있어서 4~50대의 아줌마 학생과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학생들과 같은 수업에 참여하였고 아주 열심히 공부하며 본인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교수들과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캠퍼스를 다니다 보면 임신한 여학생, 유모차를 끄는 남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결혼 전에는 낯선 모습들이 결혼 후에는 아주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혼 후에도 계속해서 유학생활 중이던 우리 부부에게 첫째 아이가 생기고나니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부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들, 교내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어린 아기들 모습, 강의실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 아기들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내가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는 동안에 아내는 육아를 위해 휴학을 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집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빨리 아내도 공부를 했으면 하는 생각에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학교에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았다. 학생식당(Mensa)에 한쪽 구석에는 아이들 장난감 상자와 작은 미끄럼틀, 아기용 의자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지하1층 화장실칸에는 아기기저귀를 갈 수 있는 시설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Studentenwerk에 문의 해보니 학생들의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학생 카드를 만들면 아이 음식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당장 아이용 학생 카드를 만들고 아내와 아이를 학생식당으로 초대해 거하게 한 턱 쐈다. 그 이후로도 학생 식당은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고 그 곳에서 만난 다른 아기들도 사귀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장소가 되었다.
두번째로 학교 중앙 도서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생 부모를 위한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도서관 가장 안쪽 구석에 두꺼운 유리문을 두어 소음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되어있고 안에는 아이들 장난감 상자, 아이용 책상, 의자가 있어 아이들 옆에 두고 필요한 책을 보고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아이가 돌 무렵이 되었을 때 아내도 공부를 하기 위해 유치원을 알아보았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지만 개학일은 다가오고 아이를 적응시키고 다시 학교를 다니기에는 힘들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어린 아이를 종일반에 맡겨두는 것을 아내는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교내에 아이를 돌봐주는 기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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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은 아니였고 부모들이 수업시간과 공강 시간을 이용해 서로서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공동육아 형태로 운영되는 곳 이였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했고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이 있는 시간에만 아이를 맡겨 둘 수 있고 학교 내에 있어 위급할 때에 뛰어갈 수 있었다.
부모들은 일주일 동안 최소 4시간 다른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해야했고 그럼 본인의 아이를 최대16시간 동안 맡길 수 있었다.
아내는 8시에 아이들 데리고 등교해서 2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그곳에 모인 다른 아이들을 돌보고 10시에 아이를 남겨두고 수업을 들어간다. 12시에는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와 학생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이고 있으면 아내가 수업을 마치고 나와 함께 식사를 한다. 그럼 다시 아이를 맡겨둔 채 오후 수업을 듣고 모두 같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우리 가족은 그 당시 학생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부부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가 따로 있어서 신청했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방1, 아이방1, 거실이 있는 기숙사에서 살 수 있었다.
그 때는 매일 아이를 데리고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고, 시험준비를 하고, 논문을 쓰는 일들이 너무나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고 우리만의 추억이 되어있다.
혹시 지금 아이를 키우며 부부가 유학생으로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있다면 힘들겠지만 학교나 주변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이후에 추억이 될 만큼 후회하지 않을 유학생활을 하길 바란다.
저자: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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